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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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

2023-06-02 (금) 최효섭 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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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동물에는 귀소본능이 있다. 제 집으로 돌아가는 본능인 것이다. 고양이를 한 마리 얻어왔더니 아내가 고양이를 몹시 싫어하였다. 할 수 없이 4킬로쯤 떨어진 곳에 있는 생선가게 앞에 놓고 돌아왔다. 집에 와보니 그 고양이가 나보다 먼저 돌아와서 문을 열어달라고 야웅 울고 있었다. 놀랍다. 멀리 떨어진 곳에 차로 데려갔는데 어떻게 그토록 빨리 집에 돌아왔을까!

고양이의 귀소본능이다. 제비들이 먼 남쪽 나라에 갔다가 봄이 되면 돌아온다. 반드시 자기가 만든 둥지로 돌아온다. 먼저 왔다고 남이 만든 둥지에 들어가지 않는다.

추석이 되면 기차가 초만원을 이룬다. 서울에 살던 사람들이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선물을 사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고향을 찾는다. 초라하게 살던 집도 고향이 좋다.


몸의 고향이 있는가 하면 마음의 고향도 있다. 어머니가 계신 곳,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곳, 잊지 못할 추억이 있는 곳 등 마음의 고향이 많다. 몸은 타향에 있어도 마음의 고향을 그리워하며 산다.

종교는 모두 돌아오라는 메시지이다. 유명한 ‘탕자의 비유’는 아버지의 재산을 가지고 멀리 돌아다니던 아들이 빈손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품에 안긴다는 이야기이다. 회개란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아들은 재미 보러 집을 떠났지만 아버지는 그를 날마다 기다렸다는 이야기이다.

가장 불행한 사람은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이다. 돌아가도 받아줄 사람이 없으면 더욱 불행하다. 내가 돌아갈 고향이 있다는 것, 나를 반겨줄 사람이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가장 따뜻한 곳이 어머니의 가슴이라고 말하는 것도 내가 돌아갈 수 있고 나를 기다리는 사람의 품이기 때문이다. 탕자라도 진심으로 껴안아주는 곳이 어머니의 품이다. 사랑이란 돌아가는 것이다.

한때 집을 나가는 것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돌아올 줄을 모르면 정말 불행한 사람이다. 모든 동물에 귀소본능이 있듯이 사람에게도 귀소본능, 곧 내 둥지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최효섭 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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