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3때, 무용시간에 6명씩 조를 짜서 안무발표를 해봤다. 또 고1땐 동대문 서울운동장에서 개최된 전국체전 개막식에 동참했었다. 하얀 미니 주름치마에 곤봉을 들고 마스게임을 하느라고 말이다. 일테면 내가 일찌감치 춤의 매력을 알게 된 동기들이다.
그랬는데 노년에 순리처럼 라인댄스가 내게 다가왔다. 내가 사는 낫소카운티의 각 타운 커뮤니티센터에서 실버세대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이 무료로 개설된다. 그 중 라인댄스 클래스를 택했던 것. 보통 50명 정도로 60대에서 80대 할머니들인데 놀랍게도 90세 넘은 분도 있다. 구성원 비율은 백인이 많고 한국인 20%, 중국인 20%, 기타 10%쯤 될까?
라인댄스를 해보니 스트레스 해소와 치매예방으로 최고운동이라는 의사들의 조언이 수긍됐다. 그야말로 완벽한 심신건강운동이었으니까. 우선 음악의 박자에 감응, 온 몸이 리듬을 탈 줄 알아야 된다. 무엇보다 열정과 재치, 순발력에 기억력도 필수다. 선생님의 시범동작을 집중관찰, 재빨리 뇌에 입력해서 뇌의 지령이 발까지 신속하게 전달돼야하니까. 순서를 못 외우면 발동작이 꼬이니 그것도 스트레스니까.
그렇게 1시간30분 동안 일주일에 1~2회씩 해온지 얼추 10년도 넘었다. 그러다보니 국적, 인종의 구분 없이 댄스동호인이란 동질감에 마치 발레단의 군무처럼 댄스호흡이 착착 맞는다. 분위기도 화기애애하다.
얼마 전 입장료 10달러인 시니어 프롬파티가 열렸다. 장소가 마침 아들애가 졸업한 학교체육관이라 감회가 새롭다. 각 커뮤니티센터 동호인들이 100명이상 모였다. 풋풋해서 예쁜 10학년 여고생들의 친절한 봉사가 마냥 싱그럽다.
DJ가 우리처럼 나이 지긋한 올드 팝송들을 틀어주는데 생음악 같은 성량이라 콘서트에 온 기분이다. 전부들 나가 열을 지어 서서 “컴 댄스 위드 미” “문 리버” “체인징 파트너” 등에 맞춰 라인댄스를 한다. 서양여자 몇은 남편과 커플로 추니 보기 좋다. 중국인 부부도 있지만 한인 커플은 없다.
요즘 깜박 증세가 늘어 인지능력퇴화인가 싶어 우려되지만 라인댄스를 할 때면 운동반사 신경 작동만큼은 여전해 내심 안도한다. 미켈란젤로가 시력이 극히 약화된 채로 조각하던 중, 89세로 영면하며 남긴 유언이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란다. 무람하게도 나 나름대로 그 말에 대입해보면 “나는 아직도 춤을 배우고 있다”겠다. 나의 뇌신경과 무릎기능이 아직까진 댄스를 배우고 추는데 문제가 없으니까. 늘 라인댄스를 할 때면 행복과 감사가 구름처럼 피어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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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인숙 /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