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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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칼럼 - 우리는 왜 날아야 하는가

2023-05-08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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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가족’
-아버지 송지호에서 쉬었다 가요. /-시베리아는 멀다.
-아버지, 우리는 왜 이렇게 날아야 해요? /-그런 소리 말아라, 저 밑에는 날개도 없는 것들이 많단다.
(이상국의 시집 ‘어느 농사군의 별에서 ’중에서)

“아버지, 우리는 왜 이렇게 날아야 해요?” 이게 무슨 말인가. 정체성(identity)이다. 날개 짓을 멈추는 순간 기러기의 정체성은 소멸되고 만다는 뜻이다. 정체성이 흔들리면 날개가 있어도 새는 날지 않는다. 포도나무 뿌리처럼 박토와 같은 거친 세상을 향해 힘차게 뿌리를 내려 살아가는 것이 바로 정체성의 힘이다. 목표는 저절로 성취되지 않는다.

자아 정체성이 강하게 확립되었을 때만 목표는 실현된다. 아브라함, 모세, 바울이 자아 정체성이 분명할 때 거룩한 목표를 성취했다. “죽으면 죽으리다.”라는 담대한 목표를 지녔던 에스더도 정체성이 강열했을 때 민족을 구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고 역사적 인물이 되었다.


정체성이 모호하면 목표가 모호해진다. 목표가 모호한 사람은 목표가 선명한 사람에게 사로잡힌다. 정체성이 모호한 사람은 자기 주관이 없는 카피(copy)인생, 남에게 끌려가는 모방 인생을 살 수 밖에 없다.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 사람을 보면 영, 혼, 육을 하나로 묶는 통합 능력이 취약하다. 매사에 자신감이 없어지고 사는 것이 두려워지는 부정적인 삶의 무드를 갖는다.

정체성이 선명한 사람은 목표 지향적이다. 목표에 사로잡힌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을 이끌고 간다. 자연히 리더가 되는 것이다. 유대 민족을 보라. 2,500년 동안이나 나라 없는 디아스포라의 떠돌이 삶을 살면서 수많은 고난과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어디서나 가장 탁월한 민족으로 생존했고 인류 역사를 이끄는 주인공이 되었다. 토라(Torah)와 탈무드에 입각한 삶의 목표가 유대 정체성을 일으켜 세웠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 첫째는 관객(구경꾼)이다. 둘째는 선수다. 셋째는 리더(멘토, mentor)다. 자아 정체성이 약한 사람은 관객으로 살아간다. 정체성이 확실한 사람은 운동장에서 달리는 선수로 살다가 마지막에는 리더의 삶을 살면서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 한다.

정체성을 확인하는 질문은 간단하다. “인생은 무엇이며 왜 나는 사는가. 나는 무엇 때문에 이 자리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확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지를 보면 된다.

이 해답을 얻으려면 성경을 펼쳐라. 거기서 십자가에 못 박히고 부활하신 예수를 인격적으로 만나라. 키에르케고르는 말했다. “자아는 그것을 위치시키는 하나님의 능력을 투명하게 기초할 때만 진정한 자아이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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