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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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나쁜’ 곳이 된 LA 카운티

2023-04-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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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난, 노숙자 문제, 비싼 생활비, 산불, 대기오염…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역의 하나로 꼽혀온 LA카운티가 갈수록 생활하기 팍팍한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최근 발표된 UCLA 러스킨 공공정책 대학의 연구는 이같은 부정적 추세를 수치로 보여준다. 삶의 만족도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했을 때 LA카운티 주민들이 매긴 점수는 간신히 낙제점을 면한 55점이었다. 주민들은 높은 주거비용, 갈수록 악화되는 공공안전, 인종차별과 증오범죄의 위협, 노숙자 문제, 높은 인플레이션 등을 들어 스스로의 삶의 질을 매우 불만족스럽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주 미국폐협회(ALA)가 발표한 지역별 공기 질 보고서는 또 다른 나쁜 지표를 보여준다. LA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내 41개 카운티의 대기의 질이 A∼F 5개 등급 중 가장 나쁜 F 등급을 받은 것이다. 남가주의 뜨거운 햇볕과 건조한 기후, 수많은 자동차에서 나오는 매연, 매년 발생하는 산불로 인한 스모그가 오존농도를 높이고 공기 질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LA카운티를 떠나 타 지역이나 타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것은 이런 주거환경의 악화와 무관하지 않다. 센서스 자료에 의하면 LA카운티는 2020-2021년 사이 18만394명을, 2021-22년에는 9만704명의 주민을 잃었다.

물론 그 요인 중에는 팬데믹으로 원격근무가 가능해진 직장인들이 도시를 벗어나 주거비용이 저렴한 외곽지역으로 이주한 데 따른 변화도 있다. 그러나 2022년 이후 대부분의 미국 대도시들에는 다시 인구 유입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LA의 건물 공실률은 아직도 한참 팬데믹 이전의 비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출생률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 역시 중요한 요인의 하나로 거론된다.

LA가 살기 힘든 지역이 되어가는 다양한 원인들 가운데 가장 시급한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주택난이다. 너무 높은 주거비용이 젊은이들과 근로자들을 타 지역으로 몰아내고, 노동인구가 줄어들수록 경제활동은 위축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LA는 선샤인 시티가 아니라 구름 낀 도시로 전락할 것이다. 노숙자 문제와 경찰력 증강에 올인하고 있는 캐런 배스 시장과 LA시의회, 그리고 LA수퍼바이저 위원회가 주택난 해소에도 전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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