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19 국가비상사태가 지난 10일 공식 해제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방 상·하원에서 초당적으로 통과된 비상사태 종료요구 결의안에 서명함으로써 이루어진 조치로, 지난 3년여 전세계에 드리웠던 코로나바이러스의 그늘로부터 마침내 벗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것은 팬데믹의 끝이 아니라 끝의 시작일 뿐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덮치기 시작했던 2020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1월31일 공중보건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를 선포했고, 감염자와 사망자가 급속도로 늘어나자 3월13일 국가비상사태(National Emergency for Covid-19)까지 선포했다.
그리고 정부와 의학계의 부단한 노력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통제력을 갖게 된 지금, 바이든 대통령은 이 두가지 비상사태를 오는 5월11일에 함께 해제할 방침이었다. 그런데 국가비상사태를 먼저 종료하는 이유는 국민들과 의료계에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하지 않도록 순차적으로 종료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3년간 코로나 백신과 검사, 치료제 등의 무료 보건서비스는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의해 제공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종료하는 일에는 시간적 여유를 두는 것이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가 2020년 3월11일 선포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은 전혀 종식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의 상황을 엔데믹(감염병이 풍토화되어 백신이나 치료제로 대처 가능한 상태)으로 가는 전환기로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계속되는 변이종의 출현과 들쑥날쑥한 백신 접종률이 변수로 남아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섣부른 종식 전망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으로 한 달 후면 미국에 내려졌던 비상사태는 모두 해제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아직도 우리 곁에 머물러있다. CDC 통계에 따르면 4월5일 현재도 매주 12만건 이상 확진이 보고되고 있고 하루에 1,968명의 코로나 환자가 입원하고 있다. 사망자수도 한 주에 1,773명이나 된다.
지난 3년 간 112만 7,104명의 미국인이 코비드-19로 목숨을 잃었다. 세계 최고 의료시스템을 가진 최강대국이 초기 대응이 늦어진 탓에 사망자수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참으로 힘들게 먼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끝나지 않은 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