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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표현의 자유를 도둑질하다

2023-04-13 (목) 이형국 /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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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MBC 방송과 한국일보 신문이 언론을 주도한 60, 70년대는 보도나 기사가 어느 정도 신뢰가 있었다.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정보를 제공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 정보는 올바른 것, 즉 의문의 여지가 없는 장소에 있었다. 하지만, 조·중·동과 종편 언론이 주도한 80, 90년대부터는 가공 뉴스, 허위 정보, 잘못된 정보를 생산해내 그 신뢰를 깨뜨렸다.

오늘날 소셜 미디어는 타락한 언론의 변질된 서식지이다. 페이스북·유튜브·트위터에 접속할 때마다 손가락이 스크롤(scroll)하는 속도만큼 독성 부산물과 마주 하게 된다. 이곳은 온갖 거짓·증오·음모가 난무한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인간의 조작 가능성이라는 심리적 전제는, 일반적이고 학식 있는 의견 시장에서 판매되는 주요 제품 중 하나가 되었다" 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휘젓는 공허의 자유로 화려하게 채색된 세상에는 사물의 본성 대신에 외형이 판을 친다. 대중은 진실보다는 자극적인 기사를 좋아한다. TV 광고만큼이나 가짜 뉴스는 대중에게는 자극적이다. 수구 언론이 가공한 뉴스를 사실인 것처럼 호도하고 여론을 형성해 나가는 수퍼 전파자들이 있다. 신문사 사설의 방향을 결정하는 논설위원들, 이를 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사내 주필, 외부 칼럼니스트, 그리고 종편의 패널들이다. 대중의 직관적인 의식과 느낌은 순식간에 가공 뉴스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길들여’ 진다.


수구언론의 가짜뉴스(fake news), 포탈의 클릭베이트(clickbait), 개인간의 입소문(going viral)을 타고 이재명은 부도덕한 패륜아, 교활한 교만자, 사악한 위선자 이미지로 과거 ‘김대중=빨갱이’로 규정하는 악의적인 등식처럼 덧칠되어 있다. 빨갱이로 물들여진 기간 만큼이나 이재명도 오랜 기간동안 반감과 불신이 쉽게 씻기지 않을 것 같다.
기독교인이라면 잊고 싶을 만큼 부끄러운 14-17세기 유럽 기독교 사회 ‘마녀사냥’이 재현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대중은 이재명을 처벌하라고 일제히 외치고 있다. 마치, 이재명만 처벌하면 모든 것이 조용해질 것 같은 세상이다. 이런 쏠림 현상은 일종의 굴절된 패거리즘으로 정상적인 여론이라 할 수 없다.

혐의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내년 총선 직전까지 피 말려 괴롭혀 미래 권력의 싹을 잘라내겠다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뜻하지 않은 반일감정 여론이 악화되자 덮어 보고자 했는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지 한 달 만에 전격적으로 지난 22일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분명한 것은, 한동훈 법무장관이 물갈이한 수사검사들이 다시 대장동 사건을 작년 6월 부터 재수사했는데도 공소장에 변변한 증거 하나 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수사검사들은 대장동 피의자들을 회유해 이재명을 엮어 보려고 했다. 하지만 대장동 피의자들의 면피용 허위 진술만 난무할 뿐 결정적이고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구속된 이재명 최측근 2명이 검찰의 조사를 불신하며 묵비권으로 버티자 수사가 더 이상 진척되지 못하고 답보 상태에 빠져 버렸다. 결국 수사가 미궁에 빠지자 다급해진 수사검사들은 대장동에서 무리하게 성남 FC로, 쌍방울로, 최근에는 최후의 수단인 이재명의 가족과 친·인척, 그리고 함께 일했던 성남시·경기도 공무원들까지 수사를 확대하며 압박했다. 조국 수사 판박이다.

검찰은 총 223명이 이재명 수사에 올인하고 있다 한다. 이재명 개인과 성남시·경기도에 대해서 그동안 무려 332건의 압수수색을 벌였으나 혐의가 나오지 않자, 경기도청에는 2월 22일부터 아예 사무실을 점거해서 2주일이 넘도록 상주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국가수사 본부장에 임명된 지 하루 만에 자진 사퇴한 정순신 전 검사는 “수사의 목적은 유죄 판결을 이끌어 내는 데 있다”라는 얼빠진 말을 한 적이 있다.
현재 검찰이 보여준 별건수사 실상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말이다. 수사(搜査) 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는 헤겔의 법철학 정신을 검찰은 비웃고 있는 것이다. 굳이 하르트만의 철학적 수사(修辭)까지 빌리자면 “사실은 존재하는 현상이고 진실은 인식하는 현상이다.” 법을 다루는 검사들의 인식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재명이 탈탈 털리는 억울함 속에서도 최종 재판 결과에서 승소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중은 이재명을 청렴 결백하고 실행력과 추진력을 겸비한 일 잘하는 행정가로 인정할까? 아니면, 날카로운 직관으로 영리하게 문제를 풀어낼 줄 아는 실용적 사고를 갖고 있는 협상가로 인정할까? 그것도 아니면, 명확한 입장과 주관, 뚜렷한 원칙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이라고 인정할까? 저것도 아니면, 듣고 싶어하는 말을 잘 짚어내어 대중의 언어로 풀어내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명연설가로 인정할까? 이것도 아니면, 어려운 사람의 고통에 함께 슬퍼할 줄 아는 긍휼한 지도자로 인정할까?

불행하게도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 그 동안 보여준 이재명의 행정 권력은 불공정, 불평등을 일삼는 표적을 향해 조준 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수구 언론에 의해 이미 대중 선동가로, 교활한 사기꾼으로, 퍼주기 포퓰리스트로, 악랄한 보복자로 이미지가 악마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셋째, 꼬리표를 붙여 무슨 수를 쓰든 끌어내려야만 그들은 기득권을 지키며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래의 두려움과 공포에 떨며 배타적·적대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은 정치 검사와 이에 동조한 수구 언론이 싸질러 놓은 X 밭에서 춤을 추며 놀아나고 있을 뿐이다. 너무나 비이성적인 정국(政局)이다.

<이형국 /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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