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대 서화집 수묵화 찾았다…‘300년 만의 귀환’
2023-04-07 (금) 12:00:00
유제원 기자
▶ 전설의 서화집 ‘석농화원’ 수록 작품 4점 미국서 발견
▶ 백인 며느리가 한국에 기증

지난달 28일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서 기증서 전달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이애령 국립광주박물관장, 게일 허 여사, 강임산 관장.

김진규의 묵매도.
전설처럼 전해져 온 조선시대 최대 서화집 ‘석농화원’(石農畵苑)의 수록 작품이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발견됐다.
조선 후기 서화 수장가인 김광국(1727~1797)이 당대 최고의 작품들을 모아 ‘석농화원’을 만들었으나 대부분 사라지고 목록만 남아있던 가운데 이번에 김진규(1658~1716)의 ‘묵매도’(墨梅圖)가 발견되면서 전설이 사실로 확인됐다. 버지니아의 고 허만수 씨가 소장하고 있던 작품이 300여년 만에 세상에 나오게 되면서 조선 후기 미술사를 다시 쓰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다.
작품이 세상에 나오게 된 계기는 1950년대 한국 유학생 허경모씨와 결혼한 미국인 며느리 게일 앨리스 허씨가 지난해 5월 고인이 된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면서부터다. 게일 허씨는 시아버지 허만수씨로부터 물려받은 그림을 정리하던 가운데 이웃에 살던 한국인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허씨의 이웃은 워싱턴 DC에 파견된 고광희 기획재정부 국장으로 작품의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대사관에 의뢰했으며 이후 한국문화원을 통해 당시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관장으로 있던 김상엽 특임연구관이 직접 방문해서 감정하게 됐다. 김 연구관은 조선 후기 서화를 연구한 학자로서 한눈에 ‘묵매도’를 알아봤으며 이외에도 집안에 걸려있던 신명연의 ‘동파입극도’, 허련의 ‘천강산수도’, ‘송도대련’ 등 문화재급 작품 4점을 발굴했다.
김 연구관은 가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귀중한 문화재라며 고가에 판매할 수도 있다고 말했으나 게일 허씨는 “시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소중한 작품들이 가장 잘 향유될 수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길 바란다”며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기증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고 허만수씨는 전남 진도 출신으로 고인의 고향과 가까운 국립광주박물관에 작품을 기증하게 됐다.
문화재 기증 환수 절차를 지켜본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강임산 관장은 “전설로만 전해지던 귀중한 작품이 버지니아에서 발견될지 아무도 몰랐다”며 “미주 이민 120주년을 맞아 파란눈의 미국인 며느리가 전해준 감동적인 선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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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