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인생의 중요한 가치로 꼽는 덕목들이 코비드-19 팬데믹을 지나면서 크게 달라졌다. 최근 발표된 월스트릿저널(WSJ)과 시카고대학 여론조사센터(NORC)의 공동조사 결과는 지난 25년간, 특히 지난 3년간 미국사회가 얼마나 많이 변화했는지를 보여준다.
이 조사에서 중요한 가치로 ‘애국심’을 꼽은 사람은 38%, ‘종교’는 39%, ‘자녀양육’ 30%, ‘공동체 참여’ 27%였는데 1998년 같은 내용의 조사에서는 각각 70%, 62%, 59%, 62%였다. 불과 25년 만에 이런 가치들의 중요성이 모두 절반이나 감소한 것이다.
반면 가장 중요한 가치로 ‘돈’을 꼽은 사람은 31%에서 43%로 늘었고, ‘열심히 일하기’(hard work)에 대해선 2019년 89%이던 것이 올해 67%로 줄었다.
한마디로 보수적이고 전통적이며 공동체를 중시하던 가치관에서 개인의 사적이고 안락한 삶을 우선하는 가치관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노년층보다 젊은 응답자들에게서 두드러지는데, 이는 한국 젊은이들이 말하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등장한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주어진 업무 이상 열심히 일하지 않는 노동관)과 일맥상통하고, 갈수록 심각한 저출산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또한 팬데믹 전인 4년전만 해도 ‘타인에 대한 관용’을 중요시한 미국인들이 80%였는데 올해 조사에서 58%로 뚝 떨어진 것도 이웃과 공동체보다 나 개인을 우선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변화의 요인으로 팬데믹, 정치적 양극화, 경제 침체를 들고 있다. 특별히 애국심에 대해서는 이를 중요한 가치로 꼽은 공화당과 민주당 응답자의 비율이 59% 대 23%로 여론조사 역사상 최대의 차이를 보였는데 그 이유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트럼프는 임기 내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쳤지만 오히려 미국이 분열됐고 결정적으로 1월6일 국회의사당 난동사건을 일으킨 후 애국에 대한 회의가 늘었다는 것이다.
팬데믹을 거치는 동안 미국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 맞닥뜨리면서 ‘한번뿐인 인생’에 대한 가치관이 크게 달라졌다. 게다가 세상은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고, 세대 간의 차이는 어느 때보다 벌어져있다. 가치관이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