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물어서 길을 가라는 말이 있다. 현명하여 모든 걸 알아 본인이 단독으로 할 수만 있다면야 얼마나 좋겠냐마는 사실 인생사가 개인에게도 그렇치 못함에 국가대사에 있어서야 말해 무얼 하겠나.
요즘 신문엔 버지니아 페어팩스의 연방 하원의원 돈 바이어(Don Beyer)가 조지 메이슨 대학 신입생으로 소개가 되었다. 72세의 어린 나이(?)에 손자뻘 학생들과 함께 AI 인공지능 관계 공부를 한단다. 우리말에 “알아야 면장 노릇”도 제대로 할 수 있다 하지 않는가.
세계가 급변하고 문명, 과학의 시대가 마치 쓰나미 현상처럼 무자비하게 들이닥치는 판국에 자칫 어리숙하게 머뭇거리다간 언제, 어디서, 어떻게 귀신이 될지도 모르는 세상이다. 헌데 오늘날 조국 대한민국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가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뭐가 급한지 버선발로 뛰어나가 급히 협상이라며 하고 온 걸 보면 참으로 암담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첫째, 엄연한 삼권분립의 대한민국 대법원 판결사항(위안부 배상문제- 헌법위반)을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손바닥 뒤집듯 무시해버린 점, 두 번째, 사실 여부를 떠나 국가주권 문제에 속한 영토문제(독도영유권 문제)의 등장에 대한 무반응은 국기에 관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겠다.
변명의 말을 들어보면 더욱 모골이 송연해진다. 돌아가는 세계정세를 모르면 낙오할 수밖에 없기에 현실은 힘들지만 미래지향적 대승적 결단에서 협상을 통 크게 했노라고. 말씀이야 그럴 듯하지만 인용을 해도 너무 잘못했다.
한국일보 오피니언 란에 며칠 전 실린 메릴랜드 대니얼 김 선생님의 해박하신 역사적 사실과 훌륭하신 의견에 찬사를 보낸다. 조선 말 당시는 왕조의 끝자락이기도 하고 쇄국정책 등으로 국가 발전이 거의 무(無) 상태라 양식 있고 재기 발랄한 일군의 청년 지식인들에겐 좋게 말해 서양문물을 일찍 받아들여 발전하고 있는 이웃 일본을 본받고자 했음을 이해한다. 오로지 우국충정에 사로잡힌 똑똑한 일군의 젊은이들이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위상은 김옥균 시대 때와는 전혀 다르지 않는가? 일본에 의지하지 않아도, 아니 그들의 방해를 받으면서도 우리의 산업 발전이 계속되고 있지 않는가. 그만큼 일본이 덜 중요하고 많은 걸 양보하면서까지 한일 관계 정상화가 필수불가결하지는 않다는 말씀이다.
오히려 이러할수록 느긋하게 일에 대처하면서 미국에 대해서도, 일본에 대해서도 더 나은 입지에서 협상자료들을 유리하게 유도하여 국가의 위신과 실익을 최대한 도모하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
일본은 호시탐탐 이웃인 대한민국의 안전에 불안감이 고조되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는 늘 그들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가 안위가 위태롭게 되면 될수록 일본에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며 미국은 더욱더 일본을 필요로 할 것이다.
북한에서 가끔씩 ICBM이다, 핵무기를 탑재할 수도 있느니 하며 장거리,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면 연극의 효과는 배가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자연적으로 미국에 일방적 의존도가 높아지는 국가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그럴듯하게 보이는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이라는 것을 만들어 북, 중, 러 삼각과 대결구도 및 긴장을 더욱 고조, 국민들에겐 안보와 생존의 위협을 고조시키고 외국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킴으로 국가 경제, 산업발전에 크나큰 걸림돌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오늘 날 한일 관계는 단순히 양국 간의 문제만이 아니다. 미중과 대결관계에 있는 미국으로선 동맹국으로서 각각의 일본과 한국뿐만 아니라 이들 두 나라가 협력과 우호의 관계 정립 필요성의 막중함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여타 구실을 들어 기회 있을 때마다 양국이 좀 더 가까워지길 겉으론 바라고 내면에선 공공연한 압력수단도 불사하는 것이 아닌가.
미국으로선 그들의 국가이익은 물론 바이든의 재선 출마와 당선을 위한 외교적 치적의 수단으로 국내 정치용으로 이용하려는 당연한 정책을 펼치는 것이고 때론 섬뜩할 정도로 어리숙한 나라를 희생양으로도 삼을 수 있다는 냉혹한 국제정치적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다시 되돌아가 지도자 한 분이 모든 걸 다 알아서 할 수 없는 복잡해진 현대사회에서 지도자도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하지만 주위의 직언과 고언을 마다않는 그야말로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참모들을 옆에 두어야함을 다시 한 번 상기하고자 한다. 성공한 지도자, 성공하고 존경받는 조국이 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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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길 / 의사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