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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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치료 받는 일

2023-03-27 (월) 서윤석 / 워싱턴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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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서 온 펜넬로페* 닮은 여의사가
컴퓨터의 자판을 다루는 아침
방사선 치료대 위에 눕는다
스폰지링을 두 손으로 꼭 잡고
몸이 회전 기계에 실려 터널 속으로 들어간다

핵버섯을 요리한
마담 퀴리 카메라는
하늘과 땅을 좌우로 흔들면서
플라스틱 마스크 속에 표시된
아픈 눈의 종양을 확인한다

내 마음은 날개를 펄럭이며
정자역에서 전철을 따라간다
분당선의 경쾌한 바퀴소리와
졸음을 불러오는 음악에 맞추어
콧노래도 흥얼거리고
고이는 침을 꼴닥꼴닥 삼킨다


리듬에 맞추어 질주하던 우린
잠시 후 목표지점에서 버튼이 눌러지고
병든 눈에 시린 불빛이 쪼여진다
명약은 고막을 찢는 소음이고
치아를 뚫는 진통이다
담요가 타는 고약한 냄새와 같이

닥터 스텔라 일아이오데스는
이타카의 상황실에서
오디세우스가 대적하던 요새에
마지막 타격을 끝내고
완승의 종을 친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아침이다

<서윤석 / 워싱턴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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