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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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대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2023-03-21 (화) 이영묵 /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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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사람이니 황당한 이야기를 하나 써 보자. 윤사마라는 정의의 사람이 나타났다. 그리고 나라를 망치고 있는 대깨몽이라는 집권자를 내쫓고 정권을 잡았다. 진정 윤사마는 정말 정의로운 사람이었다. 집권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 모든 사회를 어지럽게 하던 것들을 다 척결해서 정말 사회는 평화스럽고 또 조용하기까지 이르렀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이러닉하다고 할까 좌우간 그 여파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선 신문이나 TV에서 기삿거리가 없어 48면 신문이 12면으로 줄어도 지면을 채우지 못하고 결국 이순신 장군 일대기 같은 연재로 지면을 채웠고. TV는 마냥 트로트 음악이나 틀기만 하니 광고주를 못 구해 적자의 연속으로 폐간이다 어쩐다 하는가 하면 그 많던 U TUBE들은 모두 사라졌다. 또 정부 돈이나 서울시 같은 지방 자치단체의 돈으로 먹고 살던 시민 단체들이 모두 문을 닫아 그 여파로 실업자 문제가 사회적 이슈를 이루고 있었다. 다만 광화문이나 시청 앞 광장은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었다.

내가 누구인가? 이러한 사태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지 않은가? 나는 움직이어야 했다. 나는 여흥 민씨 종친회를 찾았다. 그들을 설득해서 여흥 민 씨 종친회 명의로 일본 천황을 살인죄로 서울 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일본 낭인들이 궁으로 처 들어가 명성황후를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만행의 최고책임자는 일본 천황이니 천황의 손자인 현 천황이 사과하고 명성황후의 후손에게 100억 엔의 위로금을 지불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아! 그런데 나의 이 고소사건은 진정 촛불이 아니라 횃불이었다. 여흥 민씨 종친회 앞으로 성금이 쇄도하였고, 이 돈의 냄새를 맡은 소위 데모꾼들이 촛불을 들고 종친회 사무실 앞은 물론 광화문 그리고 시청 광장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들어온 성금으로 단상을 만들어 주고, 배너, 촛불, 버스 동원 등의 재정지원을 해주어야 해서 좀 입맛이 없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 횃불의 신호는 대단하였다. 이번에는 6.25 전쟁 상이군인협회에서 김일성을 살인죄로 고소를 하면서 일인당 10억 원을 보상하라는 고소장을 접수시켰는데 청구 금액이 수조 원이 되었고 유명하다는 변호사 회사들이 승소 후 몇 % 받는 조건으로 너도 나도 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돌연 U TUBE가 우후죽순으로 다시 나타나 대깨몽이 북한의 김정은의 제 3자 뇌물죄 공범이라고 몰아붙이는 방송으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 뿐이랴. 거제도 반공포로 석방 동지회에서 모택동을 상대로 살인죄로 고소를 하면서 중국정부를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액이 수조원이 아니라 수십조 원이 되었고 그리고 한국에 있는 중국인 재산에 가압류를 시도한다 하자. 이번에는 중국이 중국에 있는 한국기업에 압류를 하겠다 하여 양국 간의 국교 단절로 이어가며 서울에서 그리고 북경에서 촛불이 아니라 횃불 시위로 전 세계가 시끄러워지고 있었다.

여기까지 내가 글을 쓰며 반 일본, 반 북한, 반 중국을 외치고 있는 시민 단체들 간에 서로 비판하는 격돌을 어떻게 써내려갈까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나의 와이프가 한 마디 한다. “여보 그 쓸 데 없는 생각 말고 실제로 미국 시민인 당신이 당신의 할아버지, 큰 아버지 모두 6.25때 납치되시어 돌아가시고 집은 망해서 빈 털털이가 되었으니 김일성을 살인죄로 고소하고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미 법원에 접수 시키고 오토 웜비어처럼 북한 재산 압수할 것이나 찾아봅시다.” 아차! 역시 내 마누라 생각이 현실적이야. 나는 주소록을 들고 변호사를 찾기 시작했다. 여기까지가 내가 쓴 나의 황당한 이야기이다

자 이제는 내가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쓴 동기를 이야기를 해야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에 가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전후 좌우 모두 막혀버린 정체에서 탈출을 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이해한다.
그런데 모든 언론이라 할까, 좌우간 반대 하고 데모를 하고 있는 야당과 시위대의 기사가 온통 톱기사로 메우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반대 시위하는 사람들이 이완용 운운하며 떠들어대는 내용이 나의 황당한 이야기보다 더 황당한 것 같다. 아니 그것을 아무런 생각도 없이 기사로 쓰고 있는 언론 또한 황당하다.

그저 반대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시위자들, 그리고 그것을 다루는 언론인 중 단 한사람이라도 “반대, 그래 좋다 그리면 대안이 무엇이냐?” 하다못해 죽창을 들고 고무 보트를 타고 일본에 쳐들어가자 라는 대안이라도 누가 나타나서 그러한 이야기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그저 삼전도 굴욕보다 더하다 어쩐다 하고 그저 반대만 하고 있다.

아무런 대안도 없이 반대만 하는 그 시위꾼들의 5년 동안, 죽창 타령하는 동안 무슨 진전이 있었나? 변화? 있었다. 한국인들 해외여행 총 숫자의 거의 50%가 일본을 찾았다. 나는 이야기 하고 싶다. 이러한 시민들의 정서를 직시하고 반일 감정의 현 주소를 생각하고 아무런 대안도 없는 앵무새 같은 반대 타령만은 이제 그만 하자. 그리고 진정 반일을 하겠다면 그 반대의 대안을 좀 가지고 반대 하라고 다시 한 번 더 이야기 하고 싶다.

<이영묵 /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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