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기 이식 대기자 10만명

2023-03-16 (목)
작게 크게
올해 초 매사추세츠 주의회에 상정됐던 한 법안이 관심을 모았다. 교도소에 있는 수감자들의 장기 기증과 관련된 것인데, 자발적으로 골수나 장기를 기증하는 재소자에게는 최소 60일, 최대 365일까지 형을 낮춰 주자는 것이 골자였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재소자도 자신의 몸에 관해서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하고, 인종 별로 차이가 심한 기증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윤리적인 문제가 강하게 제기되면서 이 법안은 철회됐다. 대신 장기를 기증해도 형의 감경 혜택이 주어지지 않도록 내용을 변경한 뒤 재상정하겠다고 발의 의원들은 한 발 물러섰다.

미국에서 재소자의 장기 기증이 이슈가 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미시시피 주에서는 장기 기증과 관련한 한 자매의 케이스가 관심사가 된 적이 있다.


강도혐의로 각각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던 자매 두 사람 중 한 명은 신장이 망가져 일주에 3번 투석을 받고 있었다. 여기 들어가는 주 정부 예산은 연 20여만달러. 미시시피 주지사는 건강한 자매의 신장을 다른 자매에게 이식해 주는 조건으로 이들의 형 집행을 정지하는 조처를 취했다. 재소자의 의료비 지출을 아끼지 위해 중범을 사회로 내보내는 것이 옳은 결정이냐는 반대 여론이 높았다.

하지만 30대인 이들 자매는 이미 십 수년간 수감생활을 했고, 원래 이들이 저지른 강도 행각도 그리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는 주장과 함께, 수형 생활을 감당하기 힘든 건강상태를 감안하면 인도적인 차원에서도 형 집행 정지가 타당하다는 여론도 거셌다. 이들 자매는 장기 기증을 조건으로 석방됐다.

본인의 희망과는 달리 장기 기증의 뜻을 이루지 못한 케이스도 있다. 지난 2013년 오하이오 주지사는 한 사형수의 장기 기증이 가능한지 여부를 조사하라는 행정 명령을 내린 적이 있다. 사형 집행 전에 신장과 다른 장기를 필요로 하는 친척에게 기부하고 싶다고 밝힌 사형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 교정당국은 전문 의료시설 밖에서 이뤄지는 장기 이식은 안전 문제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이 요청을 거부했다.

인간의 이식 역사는 짧지 않다. 이미 기원전 6세기에 피부 이식 기록이 있다고 한다. 없어진 코를 세우기 위해 다른 부위의 자기 살점을 떼내 코에 이식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16세기에는 다른 사람의 피부를 이식한 기록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장기 이식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지난 1954년 신장 이식이 처음 성공했고, 그 10여 년 뒤 간과 심장 이식이 이뤄졌다.

장기 이식은 처음부터 윤리 문제를 안고 있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언제나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1984년 장기 이식법을 제정했다. 장기 확보와 이식을 위해 전국 단위의 네트웍을 발족시키면서 장기를 소모품처럼 사고 파는 행위를 일체 금지했다. 이에 따라 미 의학협회 등은 장기 기부와 관련한 엄격한 규칙을 만들어 지키고 있다. 장기 기증에 따를 수 있는 위험을 기증자에게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도록 하고, 기부를 결정했더라도 나중에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재소자의 경우는 더 엄격하다. 유타, 텍사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는 재소자의 장기 이식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연방 교도소는 재소자의 사후 장기 기증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타적인 뜻이 있다고 해도 장기 기증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살아 있는 사람이 기증한 장기로 이뤄진 이식은 6,400여 건, 사후 기증은 1만4,900여 건이었다. 반면 올해 초 현재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1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식받을 장기를 구하지 못해 매년 수 천명이 숨지고 있다.

다음 달은 장기 기증의 달(National Donate Life Month). 꽃피는 봄 4월에는 장기 기증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달라는 뜻일 것이다. 운전면허 갱신 때 사후 장기 기증 의사를 밝히면 캘리포니아 면허증에는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가 되어 나온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