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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칼럼] 정신질환 치료법 논쟁

2023-03-07 (화) 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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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나 미국 할 것 없이 학교나 직장에서 무한 경쟁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은 대부분 스트레스나 공황장애, 우울증 등 크고 작은 각종 정신질환을 겪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2021년 10월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미국 성인 5명 중 1명이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과 치료법으로는 크게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로 나눌 수 있고, 심리치료는 정신질환자의 생각하는 방법을 교정하여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는 인지행동 치료 등이 있다.

약물치료는 여러 연구들을 통해 치료효과가 검증되었지만 단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약물복용에 따른 위장질환에서부터 두통, 현기증, 성기능 장애, 심장질환 증가, 체중 증가, 시야 혼탁 등의 부작용을 꼽을 수 있다. 또 약물을 중단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재발 증상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위의 2021년 통계에 의하면 미국성인 7명 중 1명은 정신과 약물 처방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미국 심리학협회 2012년 자료에 의하면 2010년 미국인들은 항정신병 약물(antipsychotics)에 160억 달러, 항우울제(antidepressants)에 110억 달러,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약물에 70억 달러를 사용했다고 한다. 각종 정신질환 약물치료에 매년 천문학적 돈을 퍼부은 셈이다. 이를 두고 심리학계에선 약물이 과잉 처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신질환제 시장이 이처럼 제약회사의 젖줄이 된 데는 약물의 의학적 효과 못지않게 다음의 법적 배경도 한몫을 했다.

1977년, ‘라파엘 오세라프’(Raphael Osheroff)는 신장 전문의사로서 거침없이 성공 가도를 달리던 비즈니스맨이기도 했다. 그는 41세의 나이에 벌써 3개의 신장투석센터를 소유하였고, 워싱턴 D.C. 근교의 부촌 알렉산드리아에 살았다. 하지만 비즈니스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두 번의 이혼 과정으로 인해 심한 조울증을 앓게 되었다.

결국 그는 세 번째 부인으로부터 협박성 이혼 요구에 시달린 끝에 정신과 의사의 조언에 따라 메릴랜드에 위치한 ‘체스트넛 롯지’(Chestnut Lodge)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1910년에 개원한 이 병원은 심리학계 대부 프로이트의 이론에 따라 약물치료가 아닌 정신분석을 통해 환자들을 치료하는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정신병원 중 하나였다.

그러나 오세라프에게는 정신분석 치료가 잘 듣지 않아 병세가 날로 악화되었다. 조울증 증세로 하루 종일 복도를 속보로 걸어 7개월 동안 체중 40파운드가 빠질 정도였다. 오세라프는 병원 측에 정신질환 약물 처방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다행히 그는 병문안을 온 가족들의 도움으로 다른 병원으로 옮겨 정신질환 약물을 처방받을 수 있었다. 병원을 옮긴 결과 3주 만에 습관적 속보를 멈췄고 9주 만에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병세가 호전되었다. 퇴원 후 일상으로 복귀하였지만 그가 입원해있던 10개월 사이 아내는 정신병을 빌미로 이혼소송을 시작했고, 전 부인 두 명은 아이들의 양육권을 앗아갔다. 또 의사로서의 명성도 예전 같지 않아 투석센터 운영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는 이 모든 불행이 체스트넛 롯지가 약물치료를 거부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생각하고 끝내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재판이 시작되자 정신과 치료법으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정신분석 치료와 새롭게 등장한 약물치료라는 두 갈래 치료 방법을 두고 심리학계 거물들이 증인으로 불려오는 등 지루한 법정공방이 이어졌다.

마침내 재판 중재위원회는 ‘여러 임상실험 결과 효과가 입증된 약물치료를 병행하지 않은 체스트넛 롯지에게 의료과실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오세라프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재판이 오늘날 미국에서 과잉처방이 걱정될 정도로 약물치료가 만연하게 되는 하나의 배경이 되었던 것이다.

<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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