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아는 구글은 스타트업으로 출발했고 혁신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어 문명의 역사를 발전시키는 다양한 방법을 전수했다.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인류에 큰 영향을 끼친 회사로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도 있다. 최근 20년의 세상은 이런 기업들이 만든 기술 발전 덕에 경제변화, 사회변화, 심지어는 정치적 변화까지 자연스럽고 연쇄적으로 경험했다.
인터넷 검색 기능과 검색어 광고라는 기술혁명은 1996년 8월에 구글의 초기 버전이 스탠포드 대학교의 URL을 이용해 태어나면서 시작되었었다. 지금은 지상 최대의 검색 엔진이 되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그로부터 30년이 채 안돼 세상이 다시 한 번 돌변할 것 같다. 챗지피티(chatGPT)라는 초거대 인공지능(AI) 기반 챗봇이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주인공 ‘챗GPT’는 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약자다.
출시 두달만에 사용자가 1억명을 넘었고 올해 안에 10억명은 쉽게 넘길 거라고 한다. 챗GPT는 오픈 에이아이(Open AI)라는 회사가 개발했는데, 전세계 인터넷을 다 훑는 대규모 언어 학습 인공지능이어서 단순 응답만 하는 로보트 봇이 아니라고 한다.
인간이 학습하는 것처럼 최신 딥러닝 기술을 사용하여 장문의 텍스트를 요약한다던지 질문의 요지를 이해하고 심도있는 답변을 내놓는다. “비 오는 날에는 어떤 신발이 좋아?” 같은 물음에서부터 “심심할 때는 뭘 하면 좋을까?” “나이든 사람이 살 빼는데 가장 안전한 운동은?” 같은 친구나 애인에게 물어볼만한 아무 질문을 해도 다 답이 있다. 그것도 아주 똑똑하고 정리가 잘된 채로 답이 나온다. 현대판 척척박사다.
구글은 검색 결과를 평범하게 나열하지만, 챗GPT는 교육수준이 높고 훈련을 잘 받은 사람이 답한 것처럼 콕 집어 보여준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챗GPT’가 직접 쓰고 편집까지 본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이란 제목의 책이 출간된다. 출판사는 챗GPT를 이용해 집필부터 편집까지 작업을 단 30시간 만에 끝냈다고 고백했다.
유능한 전문가라도 최소 한 달은 걸릴 일을 단 이틀만에 마무리한 것이다. 더 나아가 책 표지 디자인도 AI가 제시한 시안들 중에 골랐다고 한다. 책의 기획자는 AI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언론이나 출판계가 고사하지 않을까 하는 위기의식에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한다. 변호사나 판사도 갈아치울 수 있다는 판에 신문쟁이들이라고 별 수 있을까.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도 유사한 책을 이때다 하고 출간했다. 본인이 영어로 질문하고 챗GPT가 대답한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라는 책이다. 김 교수는 챗GPT가 지난 연말연시에 출시하자마자 인공지능과 대화를 나누면서 챗GPT로부터 사랑, 죽음, 신 등의 다양한 철학적 주제들에 관한 문답을 토대로 책을 냈다고 한다.
어쩌면 앞으로는 기자들과 책 저자들도 챗GPT와 선문답을 나누면서 원고를 보내는 날이 오지 않을까. 어쩌면 독자들도 이게 인간이 쓴 건지 인공지능이 쓴 건지 알아보는 게 진짜 인간의 지능인지를 증명하는 테스트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까.
불과 1년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이 우리 눈앞에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 우리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까?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미래를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고 울렁거린다.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라더니 놀라운 세상이다.
인공지능이 점차 우리의 일상속으로 다가가고 인공지능 기술을 통한 활용이 보편화될 것이다. 이에 적응하려면 아직은 어렵겠지만 인공지능 기술의 변화를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노력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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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