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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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강 이야기

2023-02-28 (화) 문성길 / 의사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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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강하면 젊은 세대들에겐 좀 생소한 용어일 수도 있겠다. 허나 왜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하려나 궁금해 하실 분들이 꽤 계시라 믿어지기에 이렇게 필을 들었다.
예전 한국식 주거상태에서의 본채와 소위 뒷간은 떨어져 있었지 요즈음처럼 안방 깊숙히까지 침범(?)하리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하였을까? 오죽하면 ‘처가와 변소는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좋다’는 좋지 못한 유행어도 있었다.

이야기를 되돌려 변기 이야기를 하도록 하자. 아이들이 어릴 때 자동차로 장거리 가족여행을 하다보면 먹을 간식과 W.C.(water Closet 변기) 사용을 위해 대로변 휴게소 매점에 들러 볼일 보는 지체되는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었다. 하여 때론 간이 이동식 변기를 따로 장만하여 차에 싣고 다니며 급한 경우를 해결했던 생각이 난다.
이런 문제가 어린아이들만의 문제일까? 아니다. 생리현상 중 배설현상이니 어느 연령대에서나 남녀불문, 지위고하에 관계없이 늘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얼마 전 워싱턴 지역 방문 시에 어느 연로한 분의 말씀이 생각난다.

노인들이 데모나 무슨 집회에 참가 시 생리현상의 어려움으로 부득이 기저귀 착용을 한 방편으로 삼는다는 말씀이셨다. 한편 우습기도 또 한편으론 현실의 엄중함에 심각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 필자에게도 이런 비슷한 어려움이 닥칠 줄 누가 알았을까. 특히 커피를 마신 후 생리현상을 해결하고 집을 나섰건만 얼마 되지 않아 다시금 생리현상이 와 이리저리 휴게소나 편의점을 진땀 흘리며 찾는 경우가 요즈음 부쩍 증가한 것 같다. 그래서 집사람과 이런 의논까지 하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여자들이야 힘들겠지만 남성분들은 어느 정도 가능할 것 같다. 뭣인고 하니 플라스틱 빈 물병을 갖고 다니면 급한 경우 해결되지 않을까? 아니 그보다는 조금 더 큰 막걸리 빈 병이 나을 것 같다 해서 한바탕 웃었다. 웃을 일이 그리 없는 적막강산 같은 시절을 보내고 있는 작금에 가뭄에 단비 오듯 한번 크게 웃었다. 한 번 더 웃을 이야기를 덧붙일까한다.

어느 수녀님께서 운전 도중 자동차 휘발유통이 텅 빈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인근 주유소에 가서 가스를 사려 했으나 가스통이 없었다. 급한 김에 근처에 버려진, 소위 병원의 환자용 오줌통이 있어 그것에 휘발유를 넣어가지고 자동차로 와서 소위 들이붓고 있었다.

그걸 본 주위 사람들 왈 “허, 웬 수녀님이 오줌을 휘발유통에 넣고 계시네!” 하며 “이제는 내연기관 시대에서 전기차 시대가 온 줄 알았는데 오줌으로 차를 운행할 수 있는 진짜 ‘생명과학 자동차시대’가 오고 있구만” 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요강을 들고 다니며 휘발유 대신 자동차에 오줌을 수녀님처럼 들이부을 수는…ㅎㅎ

다시 한 번 요강 이야기를 한다면 어느 술꾼이 잠을 자다 갈증 해소한다고 머리맡의 요강 오줌을 냉수 그릇인 줄 알고 자셨다고 한다. 박경리 선생 작품 ‘토지’ 연속극 중에는 못된 여자가 자신의 것도 아닌 남의 패물들을 요강 속에 감춰두는 것을 훔쳐본 하녀가 몽땅 비워 자셨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긴 그 도둑이 그 도둑이다.
자아, 하여튼 무엇이든 웃을 거리를 찾아 이 어려운 세상 되도록 웃으며 삽시다!

<문성길 / 의사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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