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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이 구부러져 보이거나 검은 점이 나타난다면…

2023-02-28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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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이 구부러져 보이거나 검은 점이 나타난다면…

황반변성 환자가 본 시야. [한국일보 자료사진]

눈 속에는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망막이라는 신경 조직이 있다. 여기에는 빛에 반응하는 시세포가 모여 있고, 이러한 시세포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을 감지하여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한다. 이 중 망막 중심의 황반(黃斑ㆍyellow spot)이 이런 기능의 90% 이상을 맡고 있다.‘노란색 원반 모양’이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여진 황반에는 시세포와 시신경이 집중돼 있어 시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황반변성(黃斑變成ㆍMacular Degeneration)은 황반이 여러 가지 원인으로 원래 모양에서 구조가 바뀌고, 기능 이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황반변성은 60대 이상에서 눈에 띄게 증가하며, 65세 이상의 고령 환자에서는 발병률이 전체 평균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나 유병률이 1만 명당 100명 이상이다. 이는 결국 100명당 1명 정도라는 뜻이다.


황반변성 종류는 변성을 일으키는 원인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최근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나이 관련 황반변성(Aged Macular Degenerationㆍ노인성 황반변성)’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노화와 관련 있는 대표적인 망막 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실명을 일으키는 3대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서양에서는 65세 이상에게서 실명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이다.

황반변성은 ‘암슬러 격자 검사’로 자가 진단할 수 있다. 바둑판 무늬처럼 생긴 암슬러 격자를 30~40㎝ 거리를 둔 상태에서 한쪽 눈을 가린다.

이때 정상이라면 바둑판 무늬가 똑바르게 보이지만, 황반에 이상이 생겼으면 격자 선 일부가 끊어지거나 흐려지고 휘어져 보인다.

박규형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암슬러 격자 검사가 아니더라도 책을 볼 때 한가운데 글씨가 흐리거나 끊겨 보이면 빨리 병원을 찾아 안저(眼底)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윤철민 고려대 안산병원 안과 교수는 “황반변성이 발생하면 종류에 따라 시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으므로 신속히 치료해야 하기도 한다”며 “특히 50세 이상에게서 연령대에서 글씨나 사물이 구부러져 보이거나, 중심 시야 일부가 보이지 않는 암점이 생기는 등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윤 교수는 “초기 황반변성이라면 이러한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기에 50세 이상이라면 조기 진단을 위해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건성과 습성 등 2가지로 구분한다. 건성 황반변성은 처음에 눈 속에 드루젠 물질이 침착되면서 시작된다. 드루젠의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노화와 함께 여러 가지 생활 습관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쉽게 생각하면 노폐물과 유사한데, 이러한 것이 눈 속 망막 밑에 쌓이기 시작하면, 혈액순환에 문제가 발생하고, 시력을 담당하는 세포가 적절한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기 어려워져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병이 악화하면 시력을 담당하는 세포가 말라 죽어서 ‘지도 모양 위축’이라는 상태로 진행하고, 시력이 서서히 저하되다가 결국 실명하게 된다.

건성 황반변성에서 습성 황반변성으로 악화하기도 한다. 습성 황반변성은 말라비틀어지는 건성과 달리, 비정상적인 혈관이 망막 세포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출혈이나 진물을 망막 안쪽이나 밑에 고이게 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혈관에서 나오는 출혈이나 진물은 정상적인 망막 기능을 방해해 시력을 떨어뜨리고, 치료하지 않으면 급격히 실명할 수 있다.

건성 황반변성이라면 아직 뚜렷한 치료법은 없다. 다만 미국에서 대규모 임상 연구에서 건성 황반변성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비타민과 항산화제 조합을 확인했다. 이런 연구 결과에 따라 건성 나이 관련 황반변성일 때 비타민과 항산화제를 포함한 ‘아레즈 포뮬라(AREDS formula)’ 복용이 권장되고 있다.

건성 황반변성을 초기부터 관리하면 말기로 진행하는 확률을 낮출 수 있지만, 조기 발견하지 못하고 병을 키우면 병 진행이 빨라지기에 조기 검진해야 한다.

현재 습성 황반변성 치료는 눈 속에 약물을 주입하는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레이저 치료를 주로 시행했던 이전에는 눈 속 망막 조직 손상이 발생해 결국 시력 저하를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눈 속에 약을 주사하는 치료로 부작용을 줄이고 시력을 효과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윤철민 교수는 “눈 속 주사를 환자에게 설명하면 두려워하지만 안약 마취로 시술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며 “황반변성이 너무 진행돼 시세포가 망가지면 다시 회복할 없기에 시력을 보존하려면 조기 진단ㆍ치료가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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