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전략의 본질은 미 개입 차단이다
2023-02-24 (금)
이춘근 국제정치 아카데미 대표
1980년대 말엽 프랑스의 상업용 인공위성에 의해 촬영되고, 일본 도호쿠대 연구진에 의해 판독되고, 미국의 군사 정찰위성에 의해 영변 핵시설은 발전시설이 아니라 핵무기개발시설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공식적으로 국제 문제가 된 북한 핵 개발 역사는 이제 40년이 돼가는 낡은 문제가 됐다.
북한은 현재 한반도 전역은 물론 일본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핵 능력을 갖게 됐고 방치할 경우 수년 내에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당시 CIA 국장과 국무장관을 연임했던 마이크 폼페이오는 북한 핵 완성 시점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방치하면 약 1년 정도 남았다’고 대답한 적이 있다. 기자들이 일 년 전에도 그렇게 대답했었다고 말하자 폼페이오 장관은 내년에도 그렇게 대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즉 북한의 핵이 완성되는 시점을 최대한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라는 말이다.
북한의 핵에 대해 별의별 설명이 많이 있지만 북한 핵전략의 최종 목적은 ‘미국 본토를 확실하게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 체계를 보유’하는 것이다. 많은 한국인은, 심지어 상당한 수준의 지식인마저도 북한의 핵 개발을 먼 산 보듯 쳐다보면서 ‘북한은 미국과 싸우려고 핵을 개발하는 중’ 혹은 ‘북한의 핵무기는 동족인 우리를 겨냥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등 핵전략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숙한 말들을 해왔다. 북한이 저토록 고난을 당해가며 미국에 도달하는 핵무기 개발에 목숨을 걸고 있는 진짜 이유는 역설적이지만 ‘미국과 전쟁을 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김정일은 김일성이 생존해 있었던 당시 “하루빨리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해야 한다. 그래야 조국 통일 전쟁을 주도적으로 치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정일의 말은 그가 핵전략의 정수를 이해하고 있었음을 알려준다. 핵전략의 본질은 전쟁을 치르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억제하는 데 있다. 북한이 이미 한국과 일본을 공격하기에 충분한 핵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도달하는 핵무기를 개발하는 이유는 북한이 앞으로 다시 치러야할 조국 해방전쟁에 미국이 개입하는 것을 결단코 막아야 한다는 데 있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의 대도시 단 한 개라도 100% 확률로 핵 공격을 해서 파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후 전면전쟁을 개시할 경우 미국은 1950년 6·25전쟁 때처럼 적극적으로 대한민국을 지켜줄 수 있을까. 그날이 만약 온다면 북한은 미국에 한국과의 통일을 위해 무력이라도 쓸 것인데 그때 미국은 대한민국을 지켜주기 위해 자국의 대도시 하나를 정말로 희생할 각오가 돼있냐고 물을 것이다. 물론 미국이 자국의 대도시 하나를 희생할지라도 꼭 지켜줘야 할 나라는 지구상에 하나도 없다.
1960년 대 초반 프랑스가 핵 개발을 단행할 때 미국이 만류했다. 그때 프랑스는 ‘미국은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포기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미국은 이에 대답할 수 없었고 프랑스는 동맹국 미국이 보유한 수만 발의 핵폭탄보다 프랑스가 보유한 몇 발의 핵폭탄이 프랑스를 지키는 데 훨씬 유용하다고 말하며 핵무장을 단행했고 미국도 더 이상 프랑스의 핵무장을 만류하지 못했다.
더 이상 ‘북한의 핵은 궁극적으로 우리 것이 될 것’이라는 헛소리를 하면 안 된다. 북한이 미국의 대도시 하나라도 파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날에 북한은 한국에 ‘미국이 도와주지 못하니 이제 그만 항복하라’고 최후통첩을 할 것이다. 그날 한국은 싸우다 죽을 것인가 혹은 항복하고 주체사상 아래 살아야 할 것인가의 처절한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다. 북한에 핵은 미국의 개입을 막고 남한을 자신의 주도 하에 평화적으로 통일할 수 있는 황금의 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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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국제정치 아카데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