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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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 소리

2023-02-16 (목)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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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신학자 송천성 박사는 한국 중국 일본의 고대 문학을 연구하고 그 공통점을 ‘고요함’으로 보았다. 일본의 특징을 고요한 물방울 소리로, 한국의 특징을 고요한 아침으로 보았다. 오랜 세월 한국은 조선이라 불렸다.

나는 소학교 시절 글짓기 대회에 나간 일이 있다. 옛 절간이 있는 산골짝에서 글짓기 대회를 하는데 어떤 글을 지을까 하고 생각하기 위하여 잠시 눈을 감았다. 눈을 뜨고 마음이 바쁠 때는 들리지 않던 소리들이 갑자기 들리기 시작하였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 절간 처마에 매달린 풍경 소리, 새 소리, 바람 소리 등 들리는 소리가 많다.

행복한 소리가 얼마나 많은가! 갓난 아기의 울음 소리, 가족이 모여 앉아 웃는 소리, 어머니의 정다운 음성 등 집안에서 울려오는 기쁨의 소리도 있고, 오막살이를 짓는 망치 소리, 환자를 위하여 달려가는 구급차 소리, 공장에서 기계 돌아가는 소리 등 사람들의 사회에서 들리는 행복한 소리도 많다. 싸우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우리가 사는 세상도 살만한 곳이다.


교회에 가면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평화로운 올갠 소리, 찬송 소리, 기도 소리 등 목사의 설교가 아니라도 들을만한 소리가 많다.
어려서부터 듣던 고향의 소리들이 생각난다. 신문 배달 우유 배달 하는 소리, 동네 개들의 짖는 소리도 정다웠다. 시각장애자들은 지팡이 소리에 의지하고 길을 간다.

소리도 못 듣고 말도 못하던 장애자 헬렌 켈러는 “하루만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바다의 파도 소리와 피부를 시원하게 하는 저 바람 소리를 듣고 싶다”고 하였다. 건강한 우리는 아름다운 대자연의 음악을 듣지 않고 세월을 보내는 것이다.

예수는 “귀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고 말하였다. 명언이다.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많은 아름다운 소리가 있다. 귀를 열고 들어야 한다. 음악 감상만이 듣는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소리들이 우주 공간에 깔려있다. 성 프란시스의 설교를 새들이 들었다고 한다. 의미를 듣는 것이 아니라 성자의 아름다운 음성을 새들까지도 즐겼다는 뜻이다.

미국 식당에 가면 조용한데 한국 식당에 가면 시끄럽다. 식당 주인은 먹을 때는 마음이 놓이고 친구들과 떠들게 됩니다 하고 말하지만 글쎄 꼭 떠들며 음식을 먹어야 할까? 예배 시간에 미국 아이들은 조용한데 한국 아이들과 엄마들은 소근소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변 분위기를 흩어지게 한다.

일본의 역사 소설가인 엔도 슈사꾸의 ‘후미에’란 작품이 있다. 옛날 일본 정부는 새로운 종교인 천주교를 대학살 하였다. ‘후미에’란 예수의 초상화가 그려진 나무판이다. 체포한 예수교인들에게 그 판을 밟게 한다. 밟으면 살려주고 안 밟으면 죽였다. 예수교도들은 밤새도록 발을 씻고 또 씻으며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예수님 나를 용서하여 주셔요. 내일 나는 당신의 얼굴을 밟겠습니다. 내가 죽지 않기 위한 것이니 용서하여 주셔요”

천주교 200년 개신교 100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한국교회가 인구 23%의 교인, 선교사 파견 세계 제일의 선교국이 된 것은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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