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공개된 영상 하나가 또 전 미국을 흔들고 있다. 지난달 7일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교통 단속 중이던 5명의 경찰관이 난폭 운전혐의로 타이어 니컬스(29)를 체포하면서 주먹과 발로 마구 때렸고 그는 “집에 가던 중”이라고 항변했다. 페퍼 스프레이를 얼굴에 맞고 “엄마”하고 울부짖는 영상을 본 시민들은 “집에 좀 가게 해주지, 왜 그렇게까지 했어?” 하는 안타까움을 갖게 했다.
그는 체포직후 호흡곤란을 호소하여 병원에 후송되었으나 3일후인 10일 심부전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5명의 가해 경찰관 모두 해직되고 2급 살인과 납치 등의 혐의로 지난 26일 기소됐다.
이에 미국 공권력의 폭력성 및 인종차별 문제가 다시 대두되며 전국적으로 경관폭력 항의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뉴욕에서도 그랜드 센트럴과 유니온 스퀘어에서 약 250명의 시민이 모여 타임스 스퀘어까지 행진하면서 시위를 벌였다. 혹여 ‘제2의 조지 플로이드 사태’ 로 번질 까 걱정들을 한다.
통계기관 ‘경찰 폭력 지도(MPV, Mapping Police Violence)’ 에 따르면 2022년 미국 내에서 경찰관의 폭력 행위로 1,186명이 사망했다, 특히 경찰에 살해된 흑인이 26%를 차지했다.
수시로 경찰의 기본 훈련기간을 마련하고 평정심 갖기 등의 소양교육을 받게 하라, 소통과 위기관리 기술을 익히게 하라,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폭력 사건이 빈발하면서 경찰관 출동시 착용하는 보디캠을 인공지능(AI)을 통해 자동분석하는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AI를 이용하면 보디캠 영상에서 경찰관이 비속어나 인종차별, 모욕, 위협 등을 하거나 부적절한 폭력을 행사할 경우 몇 시간 내에 해당 경찰관 상급자에게 관련 사실을 통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경찰국에서는 보디캠 AI 자동분석을 도입한 이후 경찰관의 무력 사용과 비전문적 언어 사용이 각각 30%이상 줄었다고 한다. 다른 지역에서도 해당기술 도입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경찰관은 모두 이렇게 폭력적인 사람들로 구성되었을까. 주민의 소란 신고 전화나 사건사고 현장으로 달려가는 경관의 심정은 얼마나 긴장되고 불안할 까? 공포에 사로잡히기도 할 것이다. 검문을 받던 시민이 갑자기 품에서 총을 꺼내 자신을 겨눌 수 있고 용의자를 따라가다가 총에 맞아 죽기도 한다. 이들에게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을 것이다, 사후 훈장이, 일계급 특진이 본인에게 무슨 소용인가.
1967년 미국 영화 ‘보니 앤 클라이드(Bonnie and Clyde)’ 에 나오는 보니(페이 더나웨이 분)와 클라이드(워렌 비티 분) 커플은 1930년대 중서부 일대를 무대로 약 2년간 연쇄 은행 강도를 저지르며 경관 12명을 죽였다. 실화를 다룬 이 영화는 대공황이후 ‘내일이 없는’ 무기력함과 반항을 다뤘기에 젊은이들에게 대리만족을 주었으나 악행을 미화한 면이 있다.
이들이 도망치면서 살상한 경관들, 목숨 바쳐서 더 큰 피해를 막은 이들은, 다 살아보지 못한 인생이 억울하지 않겠는가. 지금 이들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가정내 난동사건 신고를 처리하다가, 교통단속과 강도, 수감자 수송 등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총기에 의해 사망하는 경찰관이 매년 늘고 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매일 업무를 수행하다가 순직한 뉴욕 경찰이 수백 명이라고 한다.
1845년 설립된 뉴욕경찰국(NYPD)의 모토가 ‘죽을 때까지 충성한다(Faith unto Death)’이다. 치안과 정의를 위해 목숨 내놓고 일하라는 것이다. 현재 경찰관의 이직률이 높다보니 업무도 과중되고 있다.
총기 소유가 자유인 나라에서 사는 우리들은 주머니에 손 넣고 다니지 말고 교통단속이나 검문하는 경찰에게 순순히 대하라는 매뉴얼을 숙지해야 할 것 같다. 경찰 과잉진압 규탄 시위를 할 때는 평화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비폭력주의가 새삼 강조되는 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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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