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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勿取以貌(물취이모)

2023-02-02 (목) 최규용 / 메릴랜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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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을 보고 사람을 취하지 말라’는 뜻의 이 유명한 말은 사마천의 사기(史記) 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에 나온다 ‘중니는 공자의 자(字)’ 공자는 제자 자우(子羽)의 외모가 못생긴 것을 보고 그가 재능이 모자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우는 가르침을 받은 뒤 물러나면 덕행을 닦는 일에 힘쓰고 항상 올바른 도리로 행동하니 그를 따르는 제자가 300명이나 되었다.

공자는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말 잘하는 것으로 사람을 골랐다가(以言取人/이언취인) 재여(宰予)에게 실수하였고, 생김새만을 보고 사람을 가리다가(以貌取人/이모취인) 자우에게 실수하였다’라고 자신을 탓하였다(공자님도 실수할 때가 있었음).

순자(荀子)는 비상편(非相篇)에서 관상이란 불필요한 것이라 말하며 역사상의 수많은 영웅들을 예로 들었다. ‘위(衛)나라 영공(靈公)의 신하 공손려(公孫呂)는 키가 일곱자, 얼굴 길이는 석자, 얼굴 넓이는 세치여서 코와 눈과 귀가 함께 하는 것이 이상하였으나 그의 이름은 천하를 떨쳤고, 초나라의 섭공자고(葉公子高)는 허약하고 왜소하며 하도 말라서 걸어 다닐 때에는 옷조차 이기지 못하는 듯했지만 태자 백공(白公)의 반란군을 쳐부수고 나라를 안정시켜 인의와 공명을 후세에 드날렸다.


또한 주나라 주공단(周公旦)은 몸이 마치 마른 나무가 우뚝 선 것처럼 생겼고, 초나라 손숙오(孫叔敖)는 촌뜨기 출신에 대머리가 돌출되고 왼쪽 다리가 길었지만 귀한 신분이 되어 초나라를 강국으로 만들었고, 주(周)나라의 명신(名臣) 굉요(閎夭)는 얼굴에 수염이 가득하여 피부가 하나도 없는 것 같았지만 이들은 모두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라며 사람의 겉모습을 관찰하는 일은 마음을 논하는 것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사마천의 사기 진승상세가(陳丞相世家)에 진평(陳平)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그는 가난했으나 인물이 훤출하고 잘생겨 장부(張負)라는 부자가 그 모습을 보고 손녀를 그에게 시집보내려 하였다. 그러자 그의 아들이 ‘진평은 가난한 백수인데 왜 제 딸을 그에게 주려하십니까’하고 묻자 장부는 ‘진평처럼 외모가 빼어난 사람이 끝까지 가난하고 미천하게 지내겠는가?’라며 결국 손녀를 진평에게 시집보냈다. 진평은 그후 한나라의 유방이 천하를 제패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공자나 순자의 말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닌 듯).

한편 요염한 외모로 왕의 총애를 받았으나 사악한 심성으로 수많은 사람들과 나라를 망치고 본인 자신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여인들이 있는데 하(夏)나라의 걸왕(桀王)을 망친 말희(妺喜), 은나라 주왕(紂王)을 망친 달기(妲己), 주나라의 포사(褒似), 정(鄭)나라를 망친 하희(夏姬) 등이 중국 역사상 4대 요녀(妖女)로 전해온다.

지금 시대에도 잘 생긴 외모, 좋은 첫 인상, 사람좋게 생긴 겉모습, 출신, 학벌, 직업 등 외형적인 것에 현혹되어 성급한 판단을 했다가 실수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사람이 나이가 들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잘 알려진 말이 있는데 참으로 두려운 말이기도 하다.

동서고금의 현인들이 사람은 모름지기 언행이 신중하며 진실하고 온화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 했는데 이는 좋은 얼굴을 만드는 길인 것 같다.
gosasunguh@gmail.com

<최규용 / 메릴랜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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