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후 한인들의 신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적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일부 전문가들에 따르면 각종 질병으로 인한 한인들의 사망이 늘었을 뿐 아니라 자살을 통한 사망도 늘었다. 전문가들은 한인들이 평소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악화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정신건강의 경우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CDC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사망자는 8,069명으로 코로나19 전인 2019년과 비교해 1,751명, 비율로는 27.7%나 늘어난 수준이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이 이러한 증가세에 큰 부분을 차지했지만, 다른 질병들도 대부분 조금씩이나마 늘었다. 일각에선 팬데믹이 다른 질병 악화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건강에 더욱 신경써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인들의 사망원인 부동의 1위는 암이었다. 지난 2021년 전국 한인 1,908명(23.6%)의 사망 원인이 된 암은 팬데믹 기간에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2019년의 1,805명과 비교하면 103명, 비율로는 5.7% 증가했다. 모든 인종을 합한 집계에서는 심장병이 사망원인 1위, 암이 2위를 차지했지만, 한인만 고려하면 암이 1위였다. 한인들이 유독 취약한 암이 바로 위암과 폐암인데 이는 생활습관 개선으로 어느정도 예방할 수 있다.
2021년 전국 한인 사망원인 2위는 심장병(1,242명)이었다. 이어 코로나19(836명), 뇌졸중(569명), 사고(381명), 알츠하이머(361명), 당뇨병(301명), 자살(203명), 고혈압 및 고혈압성 신장질환(197명), 인플루엔자 및 폐렴(146명) 등의 순으로 한인 10대 사망 원인으로 꼽혔다. 당뇨를 포함해 이들 거의 대부분이 코로나19 이전보다 숫자가 증가했다.
코로나19는 2019년 사망원인에 집계되지 않았지만 2020년 단숨에 3위로 뛰어 올랐고, 2021년 역시 세번째로 많은 사망원인을 기록한 상황이다.
지역별로 LA 카운티 한인의 경우에도 비슷했다. 2021년 1위는 암(348명)이었고, 이어 심장병(256명), 코로나19(220명), 뇌졸중(120명), 알츠하이머(95명), 당뇨(74명), 고혈압 및 고혈압성 신장질환(62명), 인플루엔자 및 폐렴(53명), 사고(41명), 파킨슨병(33명) 등의 순이었다.
예방을 위해 운동이나 생활습관 개선도 중요하지만, 정기검진도 필수다. 이에 더해 정신건강도 신경써야 할 때다. 지난 2020년 줄었던 한인 자살이 2021년 증가했으며, 관련 기관들은 코로나19가 한창일때보다 경기가 재활성화된 후에 우울증과 불안증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하고 있다.
CDC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전국 한인 자살자 수는 203명으로 2020년의 179명보다 13.4% 늘었다. 이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나오고 있지 않지만, LA 카운티 정신건강국 관계자와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 관계자 등 일부 전문가들은 정신건강과 관련해 재난 후 단계적 과정이 있는데 ‘허니문’ 단계를 지나 ‘환멸’ 단계에 이른 것으로 추측했다.
이들에 다르면 허니문 단계는 커뮤니티 유대감이 형성되고, 다양한 지원과 서비스가 제공되고 모든 것이 빨리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낙관론이 존재하는데 백신 개발과 경제 활동 재개로 인해 밝은 미래가 올 것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느끼며 기대와 희망이 깨어지는 단계, 다양한 현실적 손실이 시작되는 단계, 낙관주의가 낙담으로 바뀌고,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하고, 늘었던 지원이 다시 감소하니 방임으로 느끼는 단계가 오는데 바로 ‘환멸’ 단계인 것이다.
만약 이러한 접근이 맞다면, 코로나19 팬데믹 시작 후 자살 감소는 일시적이며 재증가는 어느정도 예견됐던 셈이다. 이들은 현재도 문제가 지속되고 있을 수 있다며 한인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당부했다.
LA 카운티 정신건강국 핫라인((800)854-7771), KYCC 공식 전화((213)365-7400) 등은 물론, 지난해부터 개설된 전국 자살방지 핫라인(국번없이 988)로 전화하면 상담과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한형석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