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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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무

2023-01-30 (월) 김미정 / 두란노 문학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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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에 꺾여
한쪽이 휭 비어 있는 사이로
지나가는 차가운 칼바람

마음대로 자란 가지들이
무성한 덩치 큰 나무도
휘청 흔들리네

새벽 안개 속
장승처럼 서 있는 나무


푸르다 못해 청색 이파리가
바람에 춤추듯 흔들릴 때
붉은 멋진 단풍잎으로 뽐낼 때는
보지 못했던 울퉁불퉁한
감추어 있던 지쳐 있는
헐거벗은 몸

봄에 태어날
보드러운 꽃망울을 위해
강인한 생명력으로
강풍을 견디는 아버지 같은
외로운 나무

꽁꽁 얼어붙은 뿌리에
달려 있는 강한 생명의
힘찬 심장 소리가
겨울 바람을 타고 들리어 온다

<김미정 / 두란노 문학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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