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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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느끼며 - 인종의 벽 넘어뜨릴 자

2023-01-27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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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으로 지난 3년간 불황이던 브로드웨이가 연일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극장마다 관객의 긴 줄이 늘어서고 유명인사를 태운 리무진들이 극장 앞에 도열하고 있다.

최근, 닐 사이먼 극장에서 절찬리에 상영 중인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1958~2009)의 음악과 생애를 다룬 ‘MJ’를 보며 마이클 잭슨이 환생 한 줄 알았다. 2022년 2월1일 정식 개막, 오미크론 여파에도 불구하고 화제의 신작으로 떠올라 그 해 제75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마일스 프로스트(MJ분)의 남우주연상을 비롯 안무상, 조명디자인상, 음향디자인상의 4관왕이 되었다.

본인이 뮤지컬을 본 날은 마이클 역으로 아라미 페이튼이 출연했는데 배우의 몸과 얼굴 생김새, 이마 위의 꾸불거리는 머리카락 한 올, 목소리까지 생전의 마이클과 닮은데다가 메인 배우가 아니었음에도 너무나 노래와 댄스를 잘 했다.


이 공연은 주크 박스 뮤지컬로 마이클의 30곡이상 히트송과 잭슨 파이브 시절의 로봇춤, ‘드릴러’ 뮤직비디오에서의 군무, 그 유명한, 앞으로 가는 듯 보이나 뒤로 걷는 댄스동작 문 워크(Moonwalk)가 등장하는 무대를 보면서 관객들은 그를 그리워했고 지나간 시대의 추억을 되살렸다.

마이클은 11살이던 1969년 형제들과 함께 아폴로 극장에서 그룹 ‘잭슨 파이브’로 가수 활동을 시작했고 솔로 전향 후에는 20세기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되었다. 1983년 앨범 ‘드릴러’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전 세계를 휩쓸었다. 당시 한국 명동의 미용실에서는 종일 이 비디오를 틀어놓고 영업했으며 패션쇼나 헤어 쇼마다 마이클의 춤과 노래를 따라 했다.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팝의 황제가 되어서도 완벽한 무대를 위해 고심하던 그는 컴백 콘서트를 준비하며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고생했다. 2009년 6월 주치의로부터 치사량의 프로포폴을 투여받고 사망했다.

뮤지컬 ‘MJ’ 에서는 생전의 사생활 스캔들에 대해 다큐 연출가 레이첼이 “왜 논란에 해명 않느냐?”고 하자 “언론이 말하는 것이 전부 진실은 아니다”며 자신의 유명세로 깔끔하게 넘어가는 것이 좋았다. 출연진의 노래와 춤을 보면서 백인, 흑인, 아시안이 함께 한 객석에서는 환호와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이 공연에서 마이클 잭슨의 아버지 조셉의 대사가 절묘 했다. 조셉은 훌륭한 공연 무대를 보인 ‘잭슨 파이브’에게 더욱 연습할 것을 강요하자 ‘우린 잘했다’고 말대꾸한 마이클의 뺨을 때리고 말한다. “우리는 흑인이다. 흑인은 그냥 잘해서는 백인 관객에게 무시당한다. 노래와 춤에 있어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

뮤지컬 ‘MJ’의 등장인물 30여명 중 방송국 관계자 2명, 출연진 두어 명 외에 모두가 흑인이었다. 이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밤잠 아껴가며 연습해 왔는 지 무대를 보면 알 수 있다.

마이클은 인종의 벽, 세대의 벽, 성의 벽, 국가의 벽을 넘어섰다. 소울, 펑크, 재즈 등 대표적인 흑인음악과 록, 팝, 발라드 같은 백인 음악이 그의 음악에 하나로 녹아들어 있어 흑백음악의 통합이자 흑백 인종의 벽을 부순 선봉장으로 평가된다. 흑백차별로 유명한 남아프리카 공화국 공연장에서도 흑인과 백인, 젊은이와 노인 관객이 어우러져 크로스 오버 음악을 즐겼다.

당시 미국 팝시장에서 흑인 가수의 비율이 높지 않았다. 마이클 잭슨 이전까지 미국 팝 시장의 주도권은 늘 백인 가수들이 쥐고 있었고 흑인 뮤지션 중 극소수가 그것도 주로 새벽시간대에만 방영이 허가되는 등 시간적 제역이 있었다. 마이클 이후 흑인 뮤지션 노래도 24시간 언제든 방영될 수 있게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세계적 문제인 인종차별을 마이클 잭슨이 음악을 통해 완화시킨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잭슨은 갔고 현재 음악, 미술, 문학, 영화 등의 문화 장르 외에 스포츠, 정치, 경제 등으로 인종의 벽을 무너뜨릴 자가 누가 있을까? 인종의 벽을 넘어서고 세계 평화, 친환경 운동, 전쟁 반대, 테러반대 등의 메시지를 던질 이들이 기대된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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