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로나 여파에 문 닫는 교회 여전히 많아’

2023-01-24 (화)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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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쇄 결정 후 건물 매각 절차 교회도 치솟아

▶ ‘요양센터·저소득층 주택·이민자 임시숙소’ 등 교회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 많아

‘코로나 여파에 문 닫는 교회 여전히 많아’

교인 감소 여파로 문을 닫는 교회가 늘고 있고 이에 따른 교회 건물 매매가 급증했다. [로이터=사진제공]

문을 닫는 미국 교회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정치권 및 사회 전반에 미치는 기독교의 영향은 여전히 크지만 기독교를 포기하는 젊은 세대는 급증하고 있고 이에 따른 교회 감소세는 멈출 기미가 안 보인다. 문을 닫는 교회 매물로 나오면서 교회 건물 매매가 최근 수년 사이 급증하고 가디언지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매물로 나온 교회 건물은 새로 문을 여는 교회에 매각되기도 하지만 주거용, 또는 종교와 상관없는 다른 용도로 매각되는 경우도 많다.

가디언지가 기독교계 여론조사 기관 라이프웨이 리서치의 조사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2019년 한 해에만 약 4,500개에 달하는 미국 교회가 문을 닫았다. 같은 해 문을 새로 문을 연 교회는 3,000개로 라이프웨이가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교회 수가 감소했다. 미국 교계는 2019년 자료는 가장 최근 자료로 이후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더 많은 숫자의 교회가 문을 닫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캇 맥코넬 라이프웨이 리서치 디렉터는 “교회 폐쇄 명령에 교인의 예배 출석 습관이 끊겼고 많은 교회 출석률에 영향을 미쳤다”라며 “지난 3년간 무교로 편입된 미국인 급증했기 때문에 교회 감소세가 더 가팔라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라이프웨이 리서치의 최근 조사를 보면 교회 출석률은 팬데믹 이전 대비 85%에 머물고 있다. 서베이센터 온 아메리칸 라이프와 시카고 대학이 2022년 봄 공동 실시한 조사에서는 미국인 중 67%만 1년에 적어도 한 번 이상 교회에 간다고 답했다. 팬데믹 이전 실시된 조사 결과인 75%에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 팬데믹이 교회 감소세에 이름을 부은 계기였지만 이전부터 교회를 찾는 젊은 교인의 발길은 이미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라이프웨이 리서치는 2017년 고등학교 시절 적어도 1년간 교회에 꾸준히 출석했던 18세~22세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은 고등학교 졸업 후 성인이 된 뒤 교회에 정기적으로 출석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일부는 대학 진학, 취업 등 인생의 변화로 교회 출석이 힘들어졌다고 설명했지만 저조한 출석률로 고민하는 교회가 주목해야 할 다른 이유도 포함됐다. 비판적인 교인과 위선적인 교인 때문에, 교회가 받아주지 않는 것 같아서, 정치적·사회적 이슈에 대한 교회와의 인식차 등 젊은 세대의 교회 출석을 꺼리게 하는 교회 내부적 요인도 많이 발견됐다.

세인트 매리 대학 스티픈 불리반트 신학과 교수는 미국 기독교계에 일고 있는 ‘세대별 변화’(Generational Change)를 교인 감소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기적으로 교회에 출석했던 조부모 세대, 믿음은 있지만 교회에 정기적으로 출석하지 않는 부모 세대를 거치며 현재 밀레니엄 세대와 Z 세대의 기독교와의 연결고리가 끊겼다는 지적이다. 젊은 교인의 발길이 끊기면 기존 교인 고령화로 교회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교인 감소, 예배 출석률 하락으로 문을 닫는 교회가 증가하면서 결국 교회 폐쇄를 결정하고 건물 매각 절차를 밟는 교회가 크게 늘었다. 교회 전문 부동산 업체 AD 어드바이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교회 건물 매매가 치솟았는데 다른 교회에 매각되는 경우도 있고 요양 센터 등 종교와 상관없는 용도로 팔리는 경우도 많다. AD 어드바이저가 최근 엘 파소에서 매매를 담당한 한 교회 건물은 현재 이민자 임시 숙소로 사용되고 있고 피츠버그의 한 교회 건물은 저소득층 주택 개발업자에게 팔렸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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