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 은행들 충당금 대폭 늘려…경기 침체 대비 자금 쌓아놔
▶ 늘어난 충당금 순익에는 악재… 한인은행들도 고민 커질 듯

뱅크오브호프와 한미은행 등 한인은행들이 이달 말부터 지난해 4분기와 지난해 전체 실적을 일제히 발표하는 가운데 대손충당금 확대 여부를 놓고 고심에 빠져 있다. 대손충당금 확보가 순익에는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박상혁 기자]
주류 은행들이 경기 침체 가시화로 위기 확산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은행이 쌓은 충당금만 무려 62억달러인데 그만큼 순익이 줄어들어 실적에는 악재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인 은행들도 고객들의 대출 부실을 대비하는 것이 불가피한 만큼 올해 리스크 관리 경영의 핵심은 충당금 적립 규모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씨티은행·뱅크오브아메리카(BOA)·웰스파고 등 상위 4개 은행은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대손충당금을 총 61억8,000만달러 적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분기와 비교했을 때 35% 급증한 수치다. 특히 선두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경우 충당금을 3분기 15억3,700만달러에서 4분기 22억8,000만달러로 한 분기 만에 규모를 48.8%나 늘렸다. 이외에 씨티은행은 35.1% 늘린 18억 4,500만달러, BOA는 21.6% 더 쌓은 10억 9,200만달러, 웰스파고는 22% 증가한 9억 5,700만달러로 충당금을 준비했다.
주류 은행들이 지난 분기 대손충당금을 대폭 늘린 것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다. 대손충당금은 장래 고객의 부도 등으로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미리 마련해놓는 자금이다. 최근 경기 침체가 빠르면 상반기 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자 은행들이 한 발 앞서 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실적 발표 자료에서 JP모건체이스는 “경제에 대한 우리의 기본 전망은 완만한 경기 침체”라며 “대손충당금 확충은 이와 같은 전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충당금 확보가 ‘양날의 칼’이라는 점이다. 대손충당금은 미래 손실에 대비해 은행들이 쌓아두는 유동성 자금으로 재무상 비용으로 잡히기 때문에 실적에 마이너스가 된다. 늘어난 충당금 때문에 4대 은행 중 씨티은행과 웰스파고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 -50%로 큰 폭 감소했다. 모기지 사업을 중심으로 신규 대출이 줄어든 것도 순익에 악재였지만 대손 충당금이 크게 늘어난 것이 실적에 가장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23일 뱅크오브호프를 시작으로 실적 발표가 예정된 한인 은행들도 주류 은행들과 같은 고민에 빠져있다. 주주들에게 좋은 순이익을 알리고 싶지만 대손 충당금 확충 때문에 상황이 여의치가 않은 것이다. 특히 한인 은행들의 경우 주수익원인 스몰비즈니스 대출이 경제 호황기에 큰 이익을 안겨주지만 불황기에는 리스크 확대 가능성이 큰 업종이라 부실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론적으로 향후 융자 조정이나 지불 유예 요청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충당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 한인은행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시작되면 대형 은행보다 자산규모가 작은 커뮤니티뱅크들이 더 큰 손실을 보는 것이 사실”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대손충당금 확대는 한인 은행 주가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적 악화를 불러올 뿐만 아니라 주주들에게 환원될 수 있는 배당금이나 자사주 매입 혜택을 축소시키기 때문이다. 한인 은행들의 주가는 지난해 최악의 시장 상황 탓에 1년 간 주가가 10% 이상 하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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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