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일생 중 불가사의한 일이 많지만 이 일 만은 잊을 수 없다. 논산 훈련소를 마치고 포병학교에서 훈련을 받을 때다. 비슷한 나이에 입소한 터라 누구나 서로 반말을 하거나 욕설이 반쯤 섞인 대화를 하기가 십상이다. 그런데 유독 나에겐 하대를 하지 않고 선생님이라 부른다.
하루는 선임하사가 자고 있는 나를 깨웠다. 7년 간 자기가 선임 하사로 있었는데 너 같은 일은 처음이다, 무슨 비결이 있는가? 난 나도 모르겠다 라고 말하고 다시 잠이 들었다. 엊그제다. 같은 교회에 다니던 고향 교회의 후배요 신학교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여성 목사로 인권을 위해 열심히 싸우다가 독재자시절 감옥에도 들어갔던 박상희 목사다. 한국 신학대 전통인 장준하, 문익환의 뒤를 이은 훌륭한 인물이다.
그 후 그녀는 평생 어려운 여성들을 위해 살았다. 한번 만나잔다. 반갑기도 하고 궁금하던 차에 나갔다. 그녀는 NJ에 기거 한다.
거기에 그녀가 선배 목사 한 분을 대동하고 뉴욕으로 왔다. 뉴욕에선 잘 알려진 양희철 목사다. 수인사가 끝나고 식사를 하는 도중 우연히 옆에 앉아있는 양 목사를 바라본 순간 깜짝놀랐다. 그의 모습이 너무 고매스럽고 우아했다. 내 일생 처음 느껴본 감정이다.
평소에 존경은 했지만 속 깊이엔 깔보는 경향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빠지기 쉬운 학력 때문이다. 일류 고등학교와 신학교를 다녔다는 나의 자만심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늘 보니 그의 인품 반도 못 따라가는 자신을 느끼고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포병학교 생각이 났다. 그 때 난 기도 생활과 영적 생활을 열심히 하다가 군에 갔다.
그래서 모세를 하나님이 지켜 주시어 그 얼굴이 빛난 것처럼 나를 지켜 주신 것이다. 양 목사가 바로 그랬다. 영적인 삶을 살아가는 광채를 본 것이다. 신학교 시절부터 누구보다 열심히 새벽 기도를 하던 그가 아닌가? 인간 속엔 잘 나타나진 않지만 영의 세계가 있다.
그가 최근 영적인 생활을 잘 하고 있다는 증거다. 마이클 잭슨이나 한국의 누구처럼 여러 번 외형 수술에 몰두 하는 자도 있다. 외형보다 내면이 아름다울 때 멋이 있는 법이다. 이 내면의 영적 생활이 바로 우리를 고상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임을 기억 하자.
마치 테레사 수녀나 양희철 목사처럼, 거친 파도를 이겨낸 존경 받아야 마땅한 후배와 존경하는 선배와의 만남, 그리고 푸짐한 식사 (본인이 좋아하는 생선회 포함)는 연말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한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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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홍/원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