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폴 크루그먼 칼럼] 테슬라 스토리

2023-01-11 (수)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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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비트코인이나 다른 암호 화폐를 고점에서 매입한 투자자들은 커다란 손실을 입었을 것이다. 비트코인 대신 테슬라 주식을 매입했다 해도 비슷한 액수의 투자금을 날려버렸을 것이라는 사실이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 터이다. 하지만 테슬라 주식 폭락사태는 정보화 시대의 비즈니스 성공 요건이 무엇인지에 관해 이야기할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 따지고 보면 테슬라와 비트코인 사이에는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다.

테슬라의 최근 주가폭락은 분명 전반적인 기술주 하락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지만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매입과 자신의 평판을 불살라버린 그의 언행 탓으로 보아야한다. 사실 머스크의 행동거지를 보면 대기업 경영은 말한 것도 없고, 필자의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일조차 믿고 맡길 수 없다. 테슬라 판매는 최소한 부분적으로나마 머스크가 멋진 친구라는 인식에 의존하고 있었다. 어차피 고가의 테슬라를 구입할 타입이 전혀 아닌 MAGA 추종자들을 제외하면, 과연 누가 지금의 그를 멋있다고 생각할까?

사실 학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필자는 어떤 특정 영역에서는 천재성을 발휘하지만 나머지 분야에서는 거의 멍텅구리에 가까운 전문가들을 수도 없이 접했다. 필자가 알기로,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유능한 지도자였고, 지금도 그렇다.


그렇다 해도 주가폭락 이전, 테슬라 주식에 대한 시장의 어마어마한 가치평가와 여전히 높은 수준인 지금의 가치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만한 가치를 지니려면 단 몇 년간 고수익을 올리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적인 수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만들어내야 한다. 실제로 일부 첨단기업들은 장기간 돈 찍어내는 기계 역할을 담당해왔다. 개인용 컴퓨터의 대대적인 보급 이후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고의 수익을 올리는 미국 대기업 명단의 첫머리에 이름을 올렸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속적인 지배력 행사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가지만 테슬라가 이들과 같은 정도의 성과를 거두리라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네트워크의 외부효과로 수익을 올린다. 외부효과란 다른 모든 사람이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그 이외의 사람들도 동일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업계에서 혹평을 받을 때조차 수많은 기업들이 MS의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계속 구매한 이유는 이들이 워낙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워드와 엑셀과 같은 상품은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특정 기업 및 거래사들이 이미 이들을 설치했고, 이들을 다룰 줄 아는 I.T. 전문부서까지 만들어놓은 상태였다.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의 평판은 예전에 비해 개선됐지만 필자가 알기로 MS의 시장 지배력은 우수한 제품이라는 일반의 인식보다 오랫동안 이를 사용해온 소비자들이 느끼는 친숙함과 쉽게 바뀌지 않는 기업들의 습관에 의존한다.

애플의 스토리는 세부적으로 조금 다르다. 기관보다 개인 사용자, 소프트웨어 자체보다는 하드웨드 상품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와는 달리 사용자들로부터 근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경제적인 차원에서 보면 마이크로소프트와 별로 다를 바 없다. 필자의 경험상, 일단 아이폰/아이패드/맥북의 에코시스템에 빠지게 되면 이들보다 월등한 제품을 접하기 전까지는 애플 제품이 제공하는 편안함을 쉽사리 포기하지 못한다.

유통기반시설을 거느린 아마존과 같은 몇몇 기업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전기차 비즈니스에도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강력한 네트워크 외부효과가 발생하느냐이다. 아마도 전기차는 미래의 개인 교통수단이 될 것이다. 또 그래야 한다. 필요한 모든 동력을 재생에너지에서 얻는 상품의 개발이 기후재앙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자동차의 사업성을 확보해줄 테슬라만의 강점이 무엇인지 꼭 짚어 말하기 어렵다.

테슬라가 좋다거나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필자는 자동차광이 아니고, 따라서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된다. 하지만 첨단기술 업계에서 고도의 수익을 올리려면 그들의 상품에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하는 시간이 닥쳤을 때, 이를 너끈히 버텨낼 수 있는 마켓 포지션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일러주는 교훈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테슬라에게 이처럼 강력한 시장지위를 부여할까? 언제든 이용가능 한 독보적인 전용충전소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든지, 자동차 수리공들이 손쉽게 수리할 수 있는 전기차가 테슬라 하나뿐이라면 아마 편안한 장기적 시장지배가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너나없이 전기자 사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앞서 말한 테슬라 왕국이 유지의 가능성은 이미 사라졌다고 보아야 한다. 전기차가 흔해져 테슬라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전기자동차 생산은 네트워크 외부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업종이 아니다. 반면 트위터는 다른 많은 사람들의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덩달아 사용하는 플랫폼이다. 트위터가 네트워크 외부효과를 지녔다는 뜻이다. 그러나 트위터 사용을 현금화하기는 어렵다.

여기서 다시 테슬라의 기치를 만들어낸 이유가 무엇이냐는 앞서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부분적인 대답은 머스크가 명석하고, 멋진 혁신가라는 스토리 라인에 투자가들이 매료됐기 때문이다. 그가 어떻게 지속가능한 금전제조기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조차 거치지 않은 채 투자자들은 그를 혁신적인 천재로 받아들였다.

필자가 말했듯, 테슬라와 비트코인 사이에는 유사점이 많다. 수년에 걸친 노력에도 불구하고, 돈세탁을 제외하면 암호화폐의 유용한 쓰임새를 발견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그럼에도 과장된 입소문을 타고 비트코인의 가격은 치솟았고, 아직도 일부 신봉자들 사이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비트코인과는 분명히 다른 유용한 제품을 만들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테슬라 역시 암호화폐의 전철을 밟아가는 듯 보인다.

우리는 장차 테슬라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건대 필자는 일론 머스크에게 고양이를 돌보는 일조차 맡기지 않을 것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현재 뉴욕 시립대 교수로 재직중이며 미국내 최고의 거시경제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예일대학을 졸업하고 MIT에서 3년 만에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타임스 경제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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