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쓴 3주 전 칼럼을 반갑게 읽었다며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보내준 지인들과 독자들에게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공부도 마쳤으니 배운 것을 나누는 글을 다시 써볼까’ 생각하고 칼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만난 여러 감정과 생각들.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며 위축될 때, 누군가의 따뜻한 지지와 격려가 힘이 되는 경험을 했다.
5년 전쯤 수묵화를 닮은 겨울풍경에 매료되어 비슷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이번에 다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깨운 것도 겨울산이었기에 예전에 쓴 글을 꺼내 읽다가 깜짝 놀랬다. ‘아니, 이렇게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하고 얕은 글을 내가 썼단 말이야? 그걸 신문에 보내고 책까지 냈다고? OMG.’ 창피한 마음에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한번 더 놀랬다.
그러면서 머리에 스토리가 씌어졌다. “그동안 배움을 통해 네 마음이 편해지고 관계들이 회복됐으면 됐지, 사람들과 뭘 굳이 나누려고… 그건 오지랖이야. 사람이 변하기 얼마나 어려운데 짧은 글이 무슨 큰 힘이 있겠어…. 너를 드러내지 말고 그냥 조용히 살아. 그러면 비판이나 판단도 받지 않고.”
갑자기 세상의 판단과 주목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 글 잘 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창피하게 이런 솜씨로 무슨 글을 다시 쓰겠다고…”란 자책이 들면서 점점 작아지고 위축되는 자신을 발견했다.
감정을 만드는 생각의 힘은 엄청나다. 부정적 스토리가 커져가면서 처음의 용기와 설렘은 쪼그라들며 마음이 의기소침해지고 울적해졌다.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나를 책망하기 시작했고, 어린 시절에 자주 들었던 부정적 메시지들이 마음에서 들려온다.
“넌 참 특이해.” “정신없어, 나대지 마. 그냥 남들처럼 해.” “난 왜 이렇게 생겨 먹었지?”
이것을 상담전문 용어로 ‘자동적 사고’이라고 한다. 성장 과정 중에 양육자나 권위자가 했던 말, 또는 미성숙한 뇌를 가진 아이들이 주위의 표정과 몸짓을 보며 스스로 만든 왜곡된 생각들이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처럼 ‘자아’를 형성하는 시기에 믿고 의지하는 양육자가 뿌린 비난과 폄하하는 말의 씨는 뇌리에 깊이 박혀 부정적 자아상을 만든다. 그리고 실수할 때마다 자동적으로 재생되며 마치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우리 마음을 좌절과 우울의 늪에 빠뜨린다.
상담이나 교육을 통해서 부정적인 ‘자동적 사고들’이 타당성, 논리성과 현실성이 부족함을 인지하고, 긍정적인 새 메시지로 바꾸는 훈련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생각은 감정을 만들기 때문에 감정을 바꾸기 위해서는 생각 -많은 경우 머리 속의 스토리-을 바꿔야한다.
감사하게도 그동안의 상담사의 훈련은 곧 나의 부정적 스토리와 자동적 생각을 알아차려, 자책의 눈사태에 깔리지 않고 긍정적 생각을 심을 수 있었다.
“예전 글이 얕고 투박하게 느껴지는 건 지난 5년 동안 네가 성장했기 때문이야. 좋으니까 나누고 싶은 건 인지상정, 그런 마음을 갖은 네 잘못이 아니야. 모두 너의 글을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렇다고 네가 하고픈 일을 멈출 필요는 없어. 너는 너의 글을 쓰고 너의 춤을 추고, 그들은 그들의 글을 쓰고 그들의 춤을 추는거야. 비교란 감옥에 너를 가두지 말아. 단 한명이라도 너의 글을 통해 마음이 따뜻해지고, 부정성을 긍정으로 바꾸는 용기를 얻는다면 그걸로 충분해.”
스스로를 격려하는 내 마음에 환한 용기가 햇살처럼 번진다.
어린시절에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심겨진 부정적인 생각들, 삶의 힘든 순간에 우리를 무너뜨리는 고장난 레코드판은 이제 뽑아버리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이, 새해에는 긍정적이고 따뜻한 생각을 머리에 심어보자.
“새해 선물을 공짜로 드려요. 원하는 것을 골라가서 자신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크게 말해주세요. 뇌에 새 회로가 생기도록 매일, 자주.”
“OO야, 너는 참 특별해.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네가 세상에 와서 난 참 좋아.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도 괜찮아. 너는 참 소중해. 네가 너여서 참 좋다.”
이 작업을 함께 하며 ‘건강한 자기사랑’을 배우고 싶은 분들을 이번 금요일 오전과 다음 화요일 저녁부터 시작하는 온라인 북클럽에 초대하고 싶다.
MonicaLee@daybrea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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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이 / 심리 상담사,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