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는가 싶더니 어느새 12달이 모두 지나가 버리고 다시 새해가 찾아왔다. 그런데 1년은 왜 하필 12달로 이루어져 있는 것일까.
거기에 대한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태양의 공전 기간은 365일인 반면 달의 공전 기간은 29.5일이기 때문에 달이 12번 찼다 기울면 한 해가 거의 간다. 역사상 처음 음력을 만들어 쓴 것으로 알려진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들은 그래서 1년을 12달로 하고 차이가 나는 부분은 윤달을 만들어 보충한 달력을 만든 것이다. 그들은 해가 떠 있는 시간도, 져 있는 시간도 12로 나누어 오전 오후 각 12시간을 만들었다. 현 시제의 기원이다.
1주일을 7일로 정한 것도 그들이다. 수메르인들은 하늘에는 움직이는 별과 움직이지 않는 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움직이지 않는 별은 항성이고 움직이는 별은 해와 달을 포함,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 혹성 포함 모두 7개다.
이들은 움직이는 별들은 지상의 인간의 삶에 시시각각 영향을 미친다고 믿었다. 공전 주기가 긴 순서대로 시간마다 이들의 이름을 붙이고 그 날 첫번째 시각의 이름을 그 날의 이름으로 불렀다. 공전 주기가 가장 긴 것은 토성이고 그 다음이 목성, 화성, 태양, 금성, 수성, 달의 순서다.
첫번째 날의 첫번째 시각은 토성의 시간이므로 그 날은 토요일이 된다. 그 후 시간마다 이들 이름을 붙여가다 보면 21번째 시각에 사이클이 끝나고 22번째 시각은 토성, 23번째 시각은 목성, 24번째 시각은 화성, 그리고 다음날인 25번째 시각은 태양의 이름이 붙게 된다. 이런 원리로 일주일의 순서가 토일월화수목금이 된 것이다.
하늘에서 움직이는 7개의 천체가 인간 세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은 고대 중국인들도 똑같이 하고 있었다. 해와 달, 그리고 5개의 행성을 뜻하는 음양 오행설이 그 결과물이다. 수메르인과 중국인들 생각이 일치한 덕분에 요일 이름을 서양과 같이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영어로는 일요일과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요일 이름과 별의 이름이 잘 매치가 되지 않는 것 같지만 메소포타미아의 전통을 계승한 유대 기독교가 깊이 뿌리 내린 라틴 문화권 언어에는 이것이 드러난다. 일례로 스페인어로 화요일은 ‘martes’, 수요일은 ‘mircoles’, 목요일은 ‘jueves’, 금요일은 ‘viernes’라 부르는데 각각 ‘화성의 날’, ‘수성의 날’, ‘목성의 날’, ‘금성의 날’이라는 뜻이고 토요일인 ‘sabado’는 유대교의 휴일인 ‘사바스’, 일요인인 ‘domingo’는 기독교의 ‘주일’을 뜻한다.
기독교로의 개종이 늦은 앵글로 색슨족의 언어인 영어에도 ‘Tuesday’는 북구 신화의 군신인 ‘티르의 날’, ‘Wednesday’는 ‘보탄의 날’, ‘Thursday’는 번개의 신 ‘소르의 날’(번개는 ‘목성’을 뜻하는 ‘주피터’의 상징), ‘Friday’는 사랑의 신 ‘프릭의 날’이라는 뜻으로 라틴계 요일 이름과 보조를 맞추려는 흔적이 보인다.
7은 또 인간의 각별한 사랑을 받는 숫자다. 노아의 원조로 ‘길가메시 신화’에 나오는 우트나피시팀은 7일간 폭우가 쏟아진 후 7일을 기다린 후 비둘기를 날려보내며 방주가 땅에 닿은 지 7일 후 밖으로 나온다. 성경에는 야훼가 7일 동안 천지를 창조했고 여리고의 성벽을 7일 동안 돌되 7번째 날에 7번 돌고 7명의 제사장이 나팔을 불자 성벽이 무너진 것으로 돼 있다.
일곱이라는 숫자가 이처럼 주목을 받는 것은 독특한 성질 때문이다. 일곱은 ‘숫자의 중심’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1부터 10까지 숫자 중 자기를 중심으로 앞자리 숫자(1x2x3x4x5x6)를 곱한 수와 뒷자리 숫자를 곱한 수(8x9x10)가 같은 것은 7뿐이다.
7일은 또 외로우며 유아독존적인 수이기도 하다. 1부터 10까지 수 중 1과 자신만을 약수로 갖고 있으면서 배수가 10안에 없는 유일한 수다. 유일신이 7일에 세상을 만들고 석가모니가 태어나자마자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걷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반면 12라는 숫자는 7과는 대조적으로 친화적이다. 약수가 무려 6개로 자기 수대 약수 비율이 가장 많은 숫자다.이스라엘의 12지파, 예수의 12 제자, 그리스와 로마의 12 주신, 중국의 12지 등 이 또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숫자다.
이런 극과 극의 성질을 가진 12를 7로 나누면 은하부터 소라까지 우주의 기본형을 떠받치고 있으며 명화에 자주 등장하는 가장 아름다운 분할인 ‘황금 비율’(Golden Ratio, 1.618)에 근접한다. 세상의 오묘한 조화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7일로 된 52개의 주일과 12달로 이뤄진 한 해가 다시 시작됐다. 또 한 해를 힘차게 살아내는 것 이외의 다른 선택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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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