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새해를 앞두고 한 해를 되돌아 보면 못다한 일로 인해 아쉬움과 미련이 남게 마련이다. 그러나 각자에게 주어진 올 한 해라는 밭을 정성스레 가꾸면서 철마다 거두어 들인 작은 수확들은 아무나 얻지 못하는 큰 행복이었고 과분한 사랑의 결실이었음을 깨닫는다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오롯이 나로서 당당하게 살아온 본인에게 스스로 큰 격려와 칭찬을 아낌없이 보내고, 겸손한 마음으로 주변에 감사함을 표현할 수 있으리라.
매번 겨울 한 복판에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데에는 겨울은 곧 가고 봄이 멀지 않았다는 믿음을 기억하라는 것과 매서운 추위에도 봄을 향한 희망을 잃지 말라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곧 지난 날에 대한 서운함보다는 견디며 지내온 날에 대한 대견함과 다가올 날에 대한 설레임을 간직하여 새로운 마음을 내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연말을 지나 새해를 맞이하면서 누구나 할 것 없이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반복될 줄 알면서도 new year resolution, 새해 결심을 하게 된다.
이건 삼일 후면 곧바로 들이닥칠 그 결심을 훼방 놓는 진한 유혹보다 강하고, 우리네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성스러운 의식처럼 우리의 의지로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과정이다. 사람은 애시당초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는, 실패에 굴하지 않고 다시 털고 일어나는 존재로 태어났으니까.
새해 결심은 때론 추상적인 가치나 비전을 내세우기도 하지만, 대개 각자의 삶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작은 소망이나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세부 실천계획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또한 이루었느냐 아니냐도 우리 긴 인생에서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나중에는 결국 다 ‘짐’이 될 걸 염려하면서도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새 ‘다짐’을 하고 또 하는 것은 이것이 인생이고 한줄기 별빛과도 같은 우리 삶의 궤적이 되기 때문이다.
연말 연초에는 갈 곳도 많고 만날 사람도 줄줄이 잡혀 있겠지만, 틈틈이 혼자 조용히 자신과 보내는 시간을 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충분히 상상하고 소망하고 꿈을 꾸고 계획을 세우고 다짐을 하고.. 하면 좋겠다.
새해는 단지 시간의 흐름 속에서 12월의 달력을 넘기면 응당 맞이하는 1월 1일이라는 특정한 날이라기 보다는, 지난 것은 지나간 대로 흘려 보내고 새로운 뜻과 마음, 새 다짐으로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날이고, 그 때 비로소 새해 새날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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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김/전 재미부동산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