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의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의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Guillermo del Toro’s Pinocchio)는‘셰이프 오브 워터’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탄 멕시코 감독 기예르모 델토로가 스톱 모션의 장인 마크 거스타프슨과 공동으로 감독한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영화다. 델토로는 패트릭 맥헤일과 공동으로 각본도 썼고 또 주제가의 가사도 썼다. 나무로 만든 소년 인형 피노키오의 얘기는 디즈니의 만화영화를 비롯해 그 동안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원작은 이탈리아의 작가 칼로 콜로디의 동화‘피노키오의 모험’이다.‘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는 피노키오의 다사다난한 삶과 모험을 풍성한 얘기와 함께 거의 초현실적이다 시피 한 상상력을 동원해 만든 기존 애니메이션 영화의 틀을 벗어난 작품으로 넷플릭스가 만들었다. 델토로도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이 영화는 어린 아이들을 관객의 주 대상으로 만든 것이 아니어서 아주 어린 아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어둡고 무섭기까지 하다. 피노키오의 음성연기는 그레고리 맨이 맡았고 이 밖에도 이완 맥그레고와 틸다 스윈튼 및 케이트 블랜쳇 등 유명 배우들이 음성연기를 한다. 다음은 델토로가 아카데미 본부의 극장에서 열린 영화 시사회 후 아카데미상을 탄 시각효과 감독 필 티펫과 가진 일문일답의 내용이다.
-영화의 구상을 오래 전부터 한 것으로 아는데.
“2006년부터 작품 내용을 구상한 뒤 2008년에 각본을 완성하고 제작진을 구성했으나 스튜디오마다 거절당했다. 나는 내 영화를 기존의 애니메이션 영화들 보다 한 단계 수준을 높여 얘기와 감정이 풍부한 스톱 모션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애니메이션 영화는 결코 아이들을 위한 장르가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내 영화를 보고 ‘아이들을 위한 것이냐’고 물을 때마다 난 ‘아니다, 부모들이 조언해줄 경우 아이들도 볼 수 있는 영화다’라고 대답했다. 이 영화는 결코 아무 주의도 기울이지 않고 한숨에 소화시킬 수 있는 무균의 요구르트가 아니다. 나는 피노키오를 통해 전쟁과 아이를 잃음과 재생을 얘기하고자 했다. 그리고 인간성과 고통과 기억에 관해 얘기하려고 했다. 이와 함께 난 피노키오를 과거의 것들과 달리 복종하는 것을 거부하는 반-피노키오로 만들고자 했다. 과거의 피노키오는 사람들이 가르치는 대로 변했지만 내 피노키오는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사랑으로 박동하는 지극히 큰 가슴을 지닌 것이다.내게 있어 이 작품은 세상에 대한 큰 포옹이다. 우리 모두는 사랑과 연민이 필요하고 또 서로가 필요하다. 그러나 세상은 고통으로 차 있어 난 그것이 주는 상처에 대해서도 얘기하고자 했다.”
-영화를 마크 거스타프슨과 공동으로 감독했는데.
“나이가 먹으면서 실용적인 수단으로서의 협동의 가치를 깨닫고 있다. 내게 있어 공동 감독은 이 번이 처음이다. 우린 서로의 본능을 믿었다. 우린 세트를 하나의 성소처럼 만들기로 하고 애니메이터를 비롯해 제작진 모두가 자신들의 창작력을 동원하도록 독려했다. 마치 연극을 연출하듯이 시도했다.”
-영화가 초현실적인 기운마저 지녔는데.
“마크와 나는 처음부터 원작이 가진 철학을 혁명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바꿔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리고 우린 이에 대한 합당한 해결책을 발견했는데 그 것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약간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하겠다.”
-애니매이터들과의 관계는 어땠는지.
“나와 마크는 그들에게 당신들은 애니메이터일 뿐만 아니라 모두가 작품 속의 배우들이라고 매일 같이 말했다. 당신들이 고안한 제스처를 중요시하되 인형들이 그 것과 다른 것을 하고자 한다고 느낄 경우에는 인형들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일러줬다. 그리고 단 한 장면을 창작한 애니메이터들이라도 영화가 완성될 때까지 세트를 떠나지 못하도록 했다. 그래서 우린 이 영화 제작에 비록 적은 기여를 한 사람들이라도 배우들과 똑 같은 작업을 한 사람들 같이 취급했다.”
-자기 영화를 완벽하다고 생각하는가.
“두 시간 안에 세상의 다사다난한 일들을 집어넣으려면 호기심을 포식해야 한다. 완벽이란 예술이 직면할 수 있는 가장 두려운 것이다. 왜냐하면 예술이란 결국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스톱 모션 영화는 유난히 만드는 사람과 여러 모로 가까운 개인적인 작품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스톱 모션 모델들의 골격은 다 내가 만들고 또 색칠도 내가 한 것들이다. 컴퓨터에 거의 의존하지 않고 만든 영화다.”
-애니메이션을 창작하면서 어떤 기분이었는가.
“마치 과자가게 에 들어간 아이 같은 기분이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어제밤에 찍은 것을 검사하곤 했다. 그리고 오후가 되면 만사를 제쳐 놓고 애니메이터들에게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그리고 그들은 최선을 다 했다. 서로의 관계가 돈독해 영화를 찍는데 일천일이 걸렸는데도 그들은 세트를 떠나려 하지 않았다. 이번 작품에는 멕시코의 애니메이터들이 큰 기여를 했다. 영화를 만들고 나서 느낀 것은 내 나이 58 세로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취하느냐는 것이 아니고 무엇을 남기느냐 하는 것이다라는 점이다.”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 때와 실사영화를 만들 때의 다른 점이라도 있는지.
“내가 이번에 실사영화를 만들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경험은 힘께 일한 사람들과의 관계였다. 난 사교성이 없는 사람이어서 인간 관계가 별로 좋지 않은데 이번에는 나와 작업한 사람들을 모두 사랑했다. 특히 마크는 내가 평소에 존경하고 흠모하던 사람이어서 더욱 그런데 내가 깊이 사랑하던 그와 함께 일한 것이야 말로 내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었다. 이번에 함께 일한 사람들과의 경험은 다시 겪어볼 수 없는 것으로 우리는 최고 중의 최고요 가장 따스한 것 중의 따스한 관계를 지녔었다. 우린 서로를 사랑했고 또 애니메이션이라는 예술의 한 부분을 사랑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무슨 빛나는 영광을 위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난 새벽 2시에 찬 칠면조 고기를 먹으면서 편집실에서 작업했다. 영광은 무슨 영광이란 말이냐.”
-영화 만드는 일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가.
“정열의 전쟁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정열이라는 말의 라틴어 어원은 고통이다.
창조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창작에 깊이 잠기게 될 경우 그들은 환희와 함께 힘든 문제점도 느끼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환희는 지극한 희열이라기보다 십자가의 수난이라고 해야 옳겠다. 우린 창작을 위해 개인의 삶을 십자가에 매달아야 한다. 우린 또 그 것을 위해 많은 사회적 상호 관계도 십자가에 매달아야한다. 난 가톨릭 신자로 자랐기 때문에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안다.“
-이 영화가 여타 피노키오 영화와 다른 점은 무엇인지.
“내 영화는 콜로디나 디즈니의 피노키오와는 다른 델토로의 피노키오로 그들의 것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고 또 그 것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다. 내 영화에는 가톨릭을 상징하는 이미지들이 많다. 피노키오를 삼킨 큰 물고기는 요나를 삼킨 고래일 수도 있고 전쟁이자 운명을 상징할 수도 있다. 또 죽은 피노키오가 한 팔을 잃은 채 부활하는 것은 십자가상의 예수를 상징할 수도 있겠다. 여하튼 우리는 여타 피노키오와는 다른 것을 만들기를 바랬다.”
-영화제작자들을 좋은 거짓말쟁이들이라고 일컫는데.
“우린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피노키오처럼 코는 자라지는 않는다. 우린 절반은 시인이요 절반은 권투 선수들이다. 우린 시인의 본질을 간직한 채 수 많은 괴물과도 같은 사람들과 50회전을 치러야하는 권투선수들이다. 따라서 우린 이런 복잡한 길을 교묘히 뚫고 나가야 한다. 그러나 내가 그 무엇보다 몹시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관객이다. 그들이 나의 영웅들이다.”
-당신과 함께 영화의 각본을 쓴 패트릭 맥헤일에 대해 얘기해 달라.
“패트릭이야 말로 피노키오다. 그는 자신의 개성을 진짜로 피노키오 안에 주입시켰고 무엇이 동화를 만드는 것인지를 매우 통찰력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그가 이런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직접 그를 선택했다. 그는 숲의 가장 어두운 부분과 태양의 가장 밝은 부분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훌륭한 동조자로 나는 그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애니메이터들이 영화 속 인물들의 개성을 뚜렷이 나타내는데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아름다웠던 것은 애니메이터들이 각자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던 점이었다. 따라서 그들이 창작한 인물들도 각기 동작과 개성이 확연히 달랐다. 그러니까 피노키오나 피노키오를 만든 제페토도 각자 그들을 만든 애니메이터들의 성격이나 동작을 닮았다. 난 그래서 어느 애니메이션을 어느 애미네이터가 창작했는지를 쉽게 알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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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