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포츠 하면 미식축구, 야구, 농구, 그리고 아이스하키, 이 4개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초등학교 운동장에 가면 어린 아이들이 대부분 즐기는 운동은 축구인데 이상하게도 대중 스포츠로 축구는 별로 인기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꽤 오래 되었지만 워싱턴 RFK Stadium에 DC United 팀 축구 경기를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주차시키고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길가에 노점상들이 모두 히스패닉 음식이었고 손님들도 거의 다 히스패닉이었다. 물론 경기장은 히스패닉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당시 내 눈에 축구는 중남미에서 이주해온 히스패닉들이나 즐기는 스포츠 같았다.
그런데 이번의 22회 카타르 월드컵 대회는 놀랍게도 FOX 채널에서 생중계를 해주었고 전 미국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에 놀랐다. 물론 나도 20년 전인 2002년의 한국에서의 월드컵 대회 이후 오래간만에 만사 제쳐 놓고 거의 모든 경기를 보며 즐겼다.
그리고 고백 할 것이 하나 있다. 평소에 축구 경기를 보면 좀 지루한 게임이 제법 많았다. 그래서 혼자 골대를 한 2 feet 넓게, 1 feet 높게 만들면 한 게임당 예를 들면 8대 10 정도의 스코어가 날 것이고 그리면 멋진 슛을 보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 경기들을 보면서 골대를 크게 만든다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크기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왜? 현재의 골대 크기가 예상되는 실력대로의 승패가 아니라 승부의 예측이 빗나가는 이변의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어 아주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 크기의 골대이었기에 카메룬이 브라질을 이겼고, 일본이 스페인을 이겼고 튀니지가 프랑스를 이겼다. 물론 그래서 이러한 이변(?)을 즐겼다. 아니 내심 약팀이라 여겨지는 팀을 열심히 응원을 하였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월드컵 참전 팀에도 축구로서 2등 국가이거나 아니면 스포츠가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2등, 심지어 3등 국가의 국민으로서 열등의식이나 의기소침에 빠져 있는 나라가 제법 있었다. 그런데 가나가 한국을 이겼을 때에 한국 자선단체가 만들어 준 우물물을 마시고 살고 있는 빈민가의 어린아이들의 기분이 어떠하였을까? 모로코가 벨기에를 이겼을 때는? 크로아티아가 캐나다를 이겼을 때에는(?).
나는 응원석에서 그리고 그 나라의 길거리에서 환호하는 그들을 보면서 세상에서 그들에게 비록 잠시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에게 그 보다 더한 선물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확실히 월드컵의 경기는 그들에게 주는 최대의 선물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근간의 뉴스를 보니 미국이 아프리카의 정상들을 불러서 중국식의 원조의 문제점을 이야기 하면서 미국으로 줄 서기를 설파하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중국의 시진핑은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가니 중동 국가의 정상들이 그곳으로 모여 들어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은 이것을 세계의 질서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건 강자가 강요하는 세계의 질서이다. 그렇게 줄을 서거나 머리를 조아리는 나라 사람들의 자존심은 어떠할까?
나는 엄밀하게 따지자면 일제시대에 태어났으니 일본 국적으로 태어난 사람이고 한국이란 세계 최대 빈민국의 백성으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리고 미국으로 이민 와서 시민권을 받았다. 그러한 나로서 나도 모르게 몸속에 세계 2등 3등 국민 의식이 배어 있는 듯하다. 그런고로 나의 잠재의식 속에는 일등 시민들의 국기에 맞서 자기 나라의 국기를 흔들며 싸우고 이기고 그리고 환호할 수 있는 것 중에서 아마도 월드컵 보다 낳은 것은 없을 듯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월드컵 축구를 와! 브라보 월드컵이라고 떠들어 대고 싶다. 나아가서 이러한 탈출구가 있기에 2등, 3등 국가 국민들은 행복할 수 있어서 세계질서에 순응하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렇게 월드컵은 세계 평화에 기여하니 노벨 평화상이라도 주어야겠다, 라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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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 문인/ 맥클린,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