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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의‘미국 들여다보기’(67)

2022-12-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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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지폐 들여다보기

정의(正義, justice)의 색깔은 무엇일까? 정의에 색깔이 있다는 것이 이상하겠지만 영어인 justice에는 색깔이 있다고 한다. 초록색이다. 미국에는 ‘정의의 색깔은 초록색(the color of justice is green)’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초록색은 돈을 말한다. 미국 지폐는 초록색이기 때문이다. 즉 ‘정의의 색깔은 초록색’이라는 말은 ‘돈이 곧 정의’라는 비아냥이다. 엄청난 돈을 들여 굉장한 변호사를 선임해서 아내를 살해하고서도 형사소송에서 이긴 오 제이 심슨(O J Simpson)의 경우가 그렇다.

역사적으로 보면 금속으로 만드는 주화가 종이로 만드는 지폐보다 먼저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에도 주화는 1793년부터, 지폐는 1861년부터 사용되었다. 2003년 이전에는 지폐 색깔도 초록색 한 종류여서 greenbacks라 함은 미국 돈을 뜻한다. 그런데 지폐의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이런저런 보안장치를 추가하면서 색깔이 조금 다양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화폐만큼 다양한 것은 아니고 여전히 초록색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지폐는 $1, $2, $5, $10, $20, $50, $100 이렇게 일곱 가지가 있다. $500짜리, $1,000짜리, $5,000짜리, $10,000짜리를 발행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발행하지 않는다. $100,000짜리 지폐는 처음부터 일반 사회에서 유통시킬 목적이 아니고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사이에서만 사용할 목적으로 발행했다.

한국 화폐 단위에서는 1, 5, 0 이렇게 세 가지 숫자만 사용된다. 한국에서는 사용하지 않은 숫자인 2를 미국 지폐에서는 사용하기도 한다. $2와 $20가 그것이다. 그중 $2 지폐는 행운을 부른다고 해서 선물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왜 행운을 부르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는데, 미국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프랭크 시나트라로부터 $2 지폐를 선물 받은 뒤 얼마 되지 않아 모나코 왕비가 되어서 그렇다는 것이 가장 환상적이다.


미국 지폐는 크기가 같다. $100 지폐와 $1 지폐가 같은 크기다. 각각의 액면가치는 달라도 그 크기는 평등하다. 그리고 미국 지폐는 한국 지폐보다 크기가 작다.
미국 지폐 앞면에는 미국의 역사적 인물이 그려져 있는데 모두 남자이다. 한국 지폐에는 신사임당이라는 여류인사가 등장하지만 미국은 지폐 속 인물로 여성이 채택된 적이 없다. 백인이 아닌 다른 인종이 등장하기는 더더욱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주화에는 여성이 새겨져 있고, 백인이 아닌 미국 여자 원주민도 등장한다.

$1 지폐 앞면에는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초상이 들어있고 뒷면에는 미국의 대문장(the Great Seal of the United States)이 들어있다. ‘지폐 중에서는 가장 자주 교회에 간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교회 헌금의 인색함을 풍자하는 소리이다.
$2 지폐 앞면에는 토마스 제퍼슨의 초상이 들어있고 뒷면은 독립선언서 서명 광경을 그린 존 트럼블(John Trumbull)의 그림 일부가 들어있다. 제퍼슨 대통령은 프랑스로부터 땅을 매입해서 미국의 영토를 크게 확장했으며 재임 중에 루이스와 클라크의 서부 탐험이 있었다.

$5 지폐 앞면에는 링컨 대통령 초상이 들어있다. 미국이 분단될 위기를 극복한 대통령이다. 뒷면에는 워싱턴 DC에 있는 링컨 기념관(Lincoln Memorial)이 들어있다.
$10 지폐 앞면에는 알렉산더 해밀턴의 초상이 들어있고 뒷면에는 워싱턴 DC에 있는 연방 재무부 건물이 들어있다. 해밀턴은 대통령이 아니고 미국 초대 재무장관인데 미국의 금융, 경제 제도의 초석을 세운 사람이다. 지폐 속 등장인물 중에서 해밀턴만 다른 쪽을 보고 있다. 유명한 뮤지컬 ‘해밀턴’의 바로 그 사람이다.
$20 지폐 앞면에는 앤드류 잭슨 대통령의 초상이, 뒷면에는 워싱턴 DC에 있는 대통령 관저인 백악관(White House)이 들어있다. 이 $20 지폐에 여성을 넣으려는 시도가 있다.
$50 지폐 앞면에는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의 초상이 들어있다. 남북전쟁 당시 북군의 총사령관이었는데 남군의 항복을 받은 그 사람이다. 뒷면에는 워싱턴 DC의 연방의회 의사당이 들어있다.
$100 지폐 앞면에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초상이 들어있다. 건국의 아버지 중의 한 사람으로서 토마스 제퍼슨과 함께 독립선언문을 기초했다. 매우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뒷면에는 미국 독립선언서 서명 장소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인디펜던스 홀(독립기념관)이 들어있다.

미국에서 유통되었던 지폐 중 가장 고액인 $10,000 지폐에는 누구가 들어있을까? 새먼 체이스(Salmon P. Chase)이다. 링컨 대통령 시절의 재무장관으로서 남북전쟁 동안 국가 재정을 관리했으며 후일 연방 대법원장이 되었다. 그리고 시중에서는 볼 수 없는 $100,000 지폐에는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들어있다.
위조지폐를 단속하는 기관 이름이 시크릿 서비스(USSS, United States Secret Service)이다. 남북전쟁 중에 위조지폐가 대량 유통되었기 때문에 1865년에 창설되었다. 그 후 1901년에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 암살사건이 발생하면서 요인 경호업무가 추가되었는데 지금은 대통령 경호업무가 더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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