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지 않는 나라’- 한 때 영국에 붙여졌던 별명이다.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 아시아, 그리고 오세아니아 대륙에 이르는, 영국이 지배하는 영토가 하도 광대해 24시간 내내 지구 안의 자국 영토 어딘가는 ‘해가 떠 있는 낮인 지역’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팍스 브리타니카 시대를 열기까지 영국이 세계사적으로 괄목할 성장을 이뤄낸 분야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독교 팽창’이라고 할까. ‘복음의 역사’라고 할까. 이 분야에서도 영국이 차지하는 업적은 독보적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있다. ‘영국을 알면 기독교가 보인다’고 했던가.
영국의 역사는 일면 ‘기독교의 역사’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중세 이후 가장 크게 복음의 통로로 쓰임 받은 나라가 영국이기도 하다.
성공회, 청교도, 장로교, 감리교가 탄생한 곳이 영국이다. 그리고 이런 전통을 배경으로 영국은 중세 이후 기독교 역사에서 걸출한 인물들을 가장 많이 배출했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혀진다는 ‘천로역정’의 저자 존 번연, ‘감리교’의 창시자 존 웨슬리도 영국출신이다.
설교의 대가 조지 휘트필드, 찰스 스펄전, 기도의 사람 조지 뮬러…. 거기에다가 학생 복음 운동의 효시인 ‘세계 십자군 선교회(WEC)’ 창시자 찰스 스터드, 중국 선교로 널리 알려진 허드슨 테일러, 아프리카 선교사였던 리빙스턴 등도 모두 영국 출신이다.
19세기에서 20세기 초반 무렵 세계 선교사의 80% 이상이 영국과 미국에서 보낸 선교사들이었다고 하니 영국은 기독교 선교의 중심국가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패스트 포워드(Fast Forward). 2022년 10월 25일. 이 날은 영국에서 ‘오바마 모먼트(Obama Moment)’로 불린다. 그 날 무슨 일이 일어나 이 같이 이정표적인 날로 불리게 됐을까.
엘리자베스 2세가 서거하자 새로 등극한 찰스 3세가 처음으로 총리를 임명했다. 리시 수낙이 바로 그 신임총리다.
수낙은 이밖에도 여러 가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로버트 젠킨슨(1812년-42세) 이후 210년 만의 최연소 총리라는 것이 그 한 기록이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계 출신으로 첫 유색 인종 총리라는 것도 또 다른 기록이다.
그리고 기독교도가 아닌 힌두교 신자 총리라는 것도 수낙이 지닌 기록의 하나다.
천년 역사를 지닌 기독교 교회 건물이 팔려 술집으로 개조된다. 그뿐이 아니다. 유서 깊은 교회건물이 회교사원으로 탈바꿈한다. 세속화의 물결과 함께 잠시, 잠시 영국 언론의 머리기사로 등장했던 뉴스들이다.
그래도 아랑곳 않아 보이던(?) 영국 사회였다. 그 영국 사회가 최초로 힌두교 총리가 등장하자 나름 꽤나 충격을 받았는지 ‘그날 그 때’를 ‘오바마 모먼트’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날은 정말 영국 사회에 하나의 획을 그은 날이었을까. 뒤이어 발표된 영국통계청 발표도 다소간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하는 말이다.
1,500년 만에 처음으로 영국은 기독교도가 더 이상 다수가 아닌 나라가 됐다는 것. 무엇이 그러면 기독교를 대체해 가고 있는가. 회교도, 불교도, 힌두교도 아니다. 무종교다.
2001년 센서스에 따르면 영국인(잉글랜드와 웨일스 중심)의 71.7% 스스로 기독교라고 응답했다. 그 수치가 10년 후인 2011년 조사에서는 12.4% 포인트가 떨어져 59.3%로 나타났다.
그리고 또 다시 10년이 지난 2021년 조사에서는 더 가파른 속도로 떨어져(13.1%) 46.2%를 마크한 것. 같은 기간 동안 ‘무종교’로 응답한 사람은 급증해 전체의 37.2%를 차지했다.
‘더 이상 기독교 국가가 아닌 영국’- 배드 뉴스인가 굿 뉴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