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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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와 노인

2022-12-07 (수) 황휘섭 /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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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풍이 휩쓰는
모래바람의 벌판
뚝뚝 떨어져 솟은 바위산
끝없는 암갈색의 황야

마디 마디 절박이 굳어져
굽어진 등
광야를 닮은 노인

바다를 가르고도
바위에 샘을 솟게 하고도
아득히 잊혀져
여전한 목마름을
그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바람 잦은 밤하늘
카시오피아 꼭지 연장선에
그다지 밝지 않아도
별들이 매달려 돌아가는
흔들림 없는 북극성을 바라본다

다가가도 가까와지지 않고
돌아서도 멀어지지 않는
우리가 가야할 곳
애굽의 풍요로움과 바꿀 수 없는
님의 입김은
요르단 목마름을 지나야 싹을 틔우는 걸까?

내일을 모르는 오늘
북극성은 여전히 반짝거린다

삼천오백여년 오랜 세월 지나
노인이 요르단 광야에서 별에 심은 꿈이
지금 이 땅을 딛고 서있는
나와 딸에게까지 이어진 은총
아~아~ 탄성을 올린다

그리고
74년이 지난 고향을 떠올린다
강산이 못 알아보게 변했다 해도
엄마가 나를 심고 품은 온기는 변할 수 없어
나는 오늘도
엄마가 계셨던 그 고향이 그립다

<황휘섭 /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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