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의 본질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보상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같은 값이면 누구나 미래에 주겠다는 약속보다는 지금 손안에 있는 현찰을 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돈을 주겠다는 미래가 멀면 멀수록 그에 대한 보상도 커지는 것이 상식이다. 그만큼 불확실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로 연방 국채 수익률은 장기채가 단기채보다 높은 게 보통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단기채 수익률이 장기채보다 높은 경우가 있다. 지금은 경기가 좋아서, 혹은 인플레가 높아서, 단기 금리가 높지만 1년 이후에는 인플레가 내려가거나 경기가 나빠질 것이 예상될 때는 장기 금리가 단기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를 ‘장단기 금리 역전’이라고 부른다.
40년래 최악의 인플레를 잡기 위해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가 연속으로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서 초단기 금리인 연방 금리는 최고 연 4%까지 올랐지만 장기 금리의 기준이 되는 10년 만기 국채의 현 수익률은 3.7%에 불과하다. 장단기 금리 차가 이처럼 크게 벌어진 것은 드문 일이다.
금리 역전이 경제학자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이것이 가장 유력한 불황의 전조이기 때문이다. 1980년 이후 지금까지 6번의 불황이 있었는데 이에 앞서 6번의 금리 역전이 일어났다. 100%의 명중률이다. 그리고 올 들어 7번째 금리 역전이 발생한 것이다.
경제학은 물리학이나 수학과는 달리 사람의 행동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과거의 기록을 감안할 때 내년에 불황이 찾아올 가능성은 큰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불황의 정도다.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인들이 정부가 뿌린 코로나 지원금을 아직 상당히 비축해 두고 있고 하락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그동안 오른 집값으로 인한 에퀴티도 있는데다 실업률도 낮은 상태기 때문에 불황이 오더라도 그 정도는 심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틀랜타 연방 은행에 따르면 올 4분기 미 경제 성장률은 연 4.2%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정도면 좋은 성적이다.
거기다 최근 인플레도 피크를 기록한 후 하락세로 돌아서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월 미 소비자 물가지수는 7.7%로 올 최고 기록인 6월 9.1%보다는 낮아졌고 10년 만기 장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 달 4.3%를 기록한 후 최근 3.7%대로 내려왔는데 이는 인플레가 이미 정점을 지났고 따라서 FRB의 금리 인상도 거의 끝이 가까웠다는 투자가들의 인식을 보여준다. FRB는 올 12월 0.5% 포인트 한 차례 금리를 인상하고 내년 초에 한 번 더 0.5% 포인트 더 올린 후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상적 시나리오는 인플레는 내년 안에 FRB 목표치인 2% 선에 근접하고 그렇게 되면 FRB는 그동안 급격히 올렸던 금리를 다시 내리고 미국 경제는 낮은 금리와 낮은 인플레 속에 다시 호황을 맞는 것이다. 지난 한 달 사이 다우존스 산업 지수를 비롯한 미 주가는 10% 이상 올랐는데 이는 이런 투자가들의 낙관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낙관론을 수용하기에는 금리 역전의 폭이 너무 크다는 신중론도 있다. 금리 역전의 주요 지표인 2년 만기 국채와 10년 만기 국채의 수익률 차이는 거의 0.7% 포인트에 달하는데 이처럼 큰 폭의 역전은 1982년 이후 처음이다. 1982년 불황은 2008년 금융 위기를 제외하고는 가장 고통스런 경기 침체였다.
내년 경기를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은 중국의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경제 봉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가 인상 등 여러가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높은 인플레가 예상보다 오래 가는 경우다. 소비자 물가 지수가 최고치에서 다소 내려왔다고는 하나 목표치 2%까지는 갈 길이 멀다.
내년 한 해 동안 물가 지수가 목표를 웃도는 4%대에서 머물 경우 FRB는 투자가들이 바라는 것처럼 금리를 내리는 대신 더 올리거나 고금리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도 있다. 현재 주가의 주요 척도인 S&P 500 지수의 가격 수익 비율(PE)은 역사적 평균인 14보다 높은 16을 기록하고 있는데 여기에 불황으로 기업의 수익이 줄고 고금리 상태가 길어질 경우 주식의 매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현재 1년 만기 연방 국채 수익률은 4.76%로 15년래 최고다. 거기다 예상대로 FRB가 금리를 내릴 경우 채권에 대한 자본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주식보다 채권이 더 안전하고 유력한 투자 수단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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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