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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을 함께 할 그 사람은 어디에…

2022-11-25 (금)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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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자 우리 신문에 좀 특이한 광고가 실렸다. “황혼을 함께 하실 분을 찾습니다” - 노년에 배우자감을 구하는 광고였다. “남녀가 서로 만나 사랑하며 가정을 이루는 것은 청년들, 혹은 중년층만의 일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자신이 혼자되고 보니 ‘70대를 막 지난’ 나이에 여생의 동반자를 찾는다고 했다. “영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노후대책 확실하다”는 그분은 사업가로 일하다가 ‘은퇴를 준비 중’이라며 마음씨 곱고 건강한 60대 중반의 상대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광고내용으로 볼 때 몇 가지가 짐작되었다. 노년에 홀로 사는 삶이 그분에게는 많이 외로웠을 것이고, 필시 주소지인 조지아에서 알아볼 만큼 알아보았을 것이며, 그래도 마땅한 인연을 만나지 못하자 미 전역으로 가는 우리 신문에 광고 낼 생각을 했을 것이었다.

‘노년’과 ‘재혼’은 과거 좀 어색한 조합이었지만 지금은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 늦은 나이에 재혼이 느는 이유는 첫째 황혼이혼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반적 이혼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50대 이상 황혼이혼은 1990년대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둘째는 기대수명이 길어지기 때문. 건강한 60대의 여명은 근 30년이다. 6070에 이혼이나 사별로 홀로되고 나면 살날이 구만리이다. 기나긴 외로움은 자연스럽게 재혼을 생각하게 한다.


문제는 ‘재혼’이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초혼보다 어려운 게 재혼이고, 초혼보다 깨어지기 쉬운 게 재혼이다. 미국에서 초혼의 이혼율은 40% 남짓인 반면 재혼의 이혼율은 60%나 된다. 젊은 층의 초혼이 백지에 부부가 함께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라면 노년의 재혼은 각자 수십년 그린 그림들을 걸머지고 시작하는 것이다. 살아온 날만큼 얽힌 인연도 많고, 책임도 많고, 상처도 많으며, 재산문제도 걸려있으니 중년노년의 재혼이 쉬울 수는 없다.

가장 이상적이기는 눈먼 사랑. 평생에 다시없는 인연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남가주의 한 대학동문들 사이에서는 90대 남성선배와 80대 여성후배의 알콩달콩 행복한 연애가 즐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젊은 시절의 동창 혹은 애인을 다시 만나는 경우도 있다. 각자의 배우자와 사별하고 홀로된 후 우연히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 젊은 날 못 다한 사랑을 꽃피우는 재미있는 케이스들이다.

사랑은 나이를 모르니 어느 때고 가능하지만 젊은 세대에 비해 확률이 떨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영국의 배스대학 연구진이 나이, 육체적 매력, 거주지역 등 18개 요인을 기초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60 넘어 운명적 사랑에 빠질 확률은 562분의 1에 불과하다. 노년이 될수록 사회활동이 줄어드니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 자체가 줄어든다. 취미활동이나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를 늘리라고 연구진은 조언한다. 여럿이 주기적으로 어울리다가 마음 잘 맞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사귀는 것이 사실 가장 바람직하다.

그런 만남과 사귐이 일어나지 않을 때 등장하는 것이 맞선이다. 친지의 소개나 결혼정보회사를 통한 만남인데, 이때부터는 ‘거래’가 시작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기 전에 조건과 조건이 먼저 만난다. 그리고 남성과 여성이 배우자감에 거는 기대는 상당히 다르다.

우선은 상대방의 나이.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제니퍼 이 팀장에 따르면 재혼 희망 회원들 중 여성들은 같은 또래나 연하의 남성을 선호한다. 남녀가 평등하게 같이 대화하고 운동하며 재미있게 지낼 사람을 원한다. “한인남성은 고집이 너무 세다”며 여성들에게 다정다감한 외국남성을 원하는 회원들도 있다. 반면 남성들은 젊은 여성을 선호하니 나이에서부터 남녀의 입장이 갈린다.

다음은 경제력. 나이 지긋하고 재력 있는 남성들이 신붓감에게 바라는 것은 젊음이다. 자신이 못 가진 것을 배우자를 통해 채우고 싶은 심리이다. 한편 경제력 없는 남성들은 “동갑 여성 만나 친구처럼 지내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이때는 여성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남자가 경제력이 없으면 여성들은 아예 맞선을 보려 하지 않는다. 그 외 성인자녀들이 강하게 반대할 경우, 재혼은 성사되기 어렵다. 부자 아버지나 어머니가 재혼하려하면 자신 몫의 유산이 줄어들까봐 자녀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혼전계약서를 작성하는 게 좋다.

이래저래 어렵게 재혼하고 나면 그다음 필요한 것은 신뢰. 신뢰의 생명은 투명성인데 종종 문제가 되는 것이 재정적 투명성이다. 이전 결혼에서 얻은 성인자녀들에게 돈을 물려주고 싶은 욕심에 재혼 배우자를 속이는 경우들이 있다. 저축해둔 돈을 자녀들 계좌로 몰래 빼돌리기도 하고 부부 공동명의였던 부동산에서 배우자의 이름을 삭제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60대에 재혼한 한 전문직 여성은 평소 잘 들여다보지 않던 은행계좌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재혼 후 공동계좌를 만들고 부부가 매달 생활비를 반반씩 입금하기로 했는데 남편이 말도 없이 몇 달치를 내지 않은 것이었다. 신뢰감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

홀로 맞게 되는 황혼 - 자유로움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혼자’를 못 견디는 사람도 있다. 일단은 스스로를 집안에 가두지 말자. 취미활동, 신앙생활, 봉사활동하며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리자. 그래야 외로움이 덜하고 삶이 건강해진다. 그리고 어느 예기치 못한 순간 운명적 만남이 찾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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