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 개표 결과, 하원에서는 공화당이 218석을 이미 확보하여 다수당이 되었고, 상원에서는 민주당이 과반인 50석을 선점함으로써 12월 6일에 있을 예정인 조지아주의 결선투표에 상관없이 다수당을 확정하였다.
이는 상원의장을 겸임하고 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1표를 포함하여 최소 51표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간선거는 여당에 불리하게 전개되는 일반적이지만, 아프간 전쟁의 패배 및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심각한 경제침체로 인해,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각종 여론기관은 Red Wave(공화당의 상하원 압승)을 예상하였다.
특히 이번 선거는 2024년 대선의 연임 도전의사를 내비치는 바이든 현대통령과 재출마를 노리는 트럼프 전대통령이 벌이는 2020년 대선의 연장전 또는 2024년 대선의 전초전 양상을 띠며 더욱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공화당 경선에서 부터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며 당을 좌지우지 했던 트럼프로서는 너무도 당황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트럼프가 적극 밀었고 트럼프에게 맹종에 가까운 충성심을 보였던 다수의 후보들이 낙선함으로써, 트럼프의 책임론이 당내부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미의회 전문지 더힐의 ‘이번 중간선거는 바이든이 아닌 트럼프에 대한 주민투표가 되었다.’ 라는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선거후 1주일 뒤인 11월 15일, 주변의 만류에 아랑곳없이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 그의 별장에서 돈키호테식 출마선언을 강행했다. 대단한 집념이고 무서운 권력욕이다.
바이든 입장에서 선거 결과만 보면 분명 선방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적이나 정책에 대한 평가나 지지가 아니라, 트럼프의 과격함에 피로감을 느낀 중도파의 민주당 선택과, 낙태의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이슈로 내세워 여성과 젊은 세대를 투표장으로 집결시킨 선거전략의 성공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그의 건강에 대한 우려는 별론으로 하고라도 그의 재선 가도는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과에 상관없이,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어떻게 보든, 개인적으로 이번 선거를 통해 두 노익장의 뚝심과 건재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의 패권국이라 불리는 미국의 차기 수장 자리를 놓고 재임기간 중 80대가 되는 두 사람이 벌이는 치열한 경쟁은 많은 노년층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고 ‘Why not?’, ‘나도 한 번 마지막 불꽃을..‘이라는 희망의 메세지를 전달해주기에 충분한 것 같다. 어찌 보면 아름다운 일이다.
복받은 시대임에 분명하다. 나이가 대수더냐?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누구나 원하는 바를 추구할 자유와 권리가 법으로 보장되는 나라인 것을. ‘청년이 희망이다’, ‘국가와 민족의 희망은 젊은 세대에 달려 있다’는 말은 꼰대들의 영혼 없는 대사로 밖에 안들리지만, 이번 중간선거라는 무대 위에 올려진 두 주연배우를 울고 웃긴 것은 다름아닌 여성과 젊은 세대였음을 엄중하게 간파해야 한다.
플로리다 주지사 재선에 성공하며 공화당의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한 Ron DeSantis와 트럼프간의 공화당내 경선이 벌써부터 흥미롭다. 론 드산티스는 2018년 트럼프의 지지를 얻어 플로리다 주지사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한 이후, ‘리틀 트럼프’로 불리는 대표적인 친트럼프계이다. 한 치 앞을 내다 보지 못하고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세상이지만, 진흙탕에서 벌이는 이전투구판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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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김/전 재미부동산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