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좋지 않은데도 예견됐던 민주당의 중간선거 참패가 현실화되지 않은 이유가 무얼까?
올해 선거에서 집권당의 중간선거 완패라는 일반적 등식은 성립되지 않았다. 지난 2010년, 민주당은 중간선거에서 64석의 하원의석을 잃었고, 공화당 역시 집권 여당이었던 2018년에 43석을 잃었다.
그렇다면 이번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낙태 문제가 예상보다 강력한 파장을 몰아왔다는 풀이는 꽤나 설득력 있게 들린다. 사실 낙태 금지에 대한 우려는 붉은 물결의 파고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출구조사는 낙태 이외에 민주주의의 미래에 관한 위기의식이 민주당의 선전을 이끈 중요 요인이었음을 시사한다. 일부 냉소주의자들은 이 같은 위기의식이 표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단언했지만, 출구 조사를 분석한 결과 인플레이션 우려와 민주주의의 미래를 각각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은 유권자들의 숫자가 서로 엇비슷하게 나타났다.
반면 경제는 예상만큼 강력하게 민주당의 발목을 잡지 않았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바이든 집권이후 미국 경제가 언론매체가 전하는 것보다 훨씬 잘 돌아갔다는 일관된 주장을 펼쳤다.
고용 시장은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팬데믹 이전의 고용수준을 회복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지지부진한 회복세와 좋은 대조를 이루었다. 물가 오름세가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잠식했지만,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률이 팬데믹 이전과 바이든 집권 이후의 물가상승률을 모두 앞지르는 등 전반적인 임금 증가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경제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경제 뉴스가 현실과 동떨어진 잠꼬대로 간주됐다고 지적한다. 보통 사람들이 이를 전혀 체감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필자도 여러 차례 전해 들었다. 사실 널리 회자되는 미시건대 소비자심리지수(MICS)는 금융위기 이후, 그리고 1980년대 스태그플레이선 이전에조차 보지 못했던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그 이외의 지표들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당파색이 없는 컨퍼런스 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는 인플레이션이 소비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주었으나 지수를 2015년 수준으로 끌어내리는데 그쳤다. 만약 필자에게 묻는다면 이번 중간선거는 미시건보다 컨퍼런스 보드가 정확했음을 보여준다.
연방준비제도의 2021년도 서베이에 따르면 미국의 가구들은 국가 경제에 대단히 부정적이었지만 개인의 재정 상태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그들이 직접 체험한 지역 경제에 대해선 그 둘 사이의 중간 정도라는 견해를 취했다. 짐작컨대 2022년 서베이 결과도 이와 유사할 것이다. 소비자 지출 역시 활력을 유지했는데, 이는 경제비관론과는 맞지 않는다.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은 언론을 통해 들은 그대로 경제상황이 너무 나쁘다고 답했지만 투표소에서는 그보다 훨씬 엇갈린 개인적 경험에 바탕해 표를 던진 게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하다. 또한 유권자들이 인플레이션을 싫어하는 게 사실이지만, 그 같은 염증이 표심을 얼마나 움직였는지는 확실치 않다.
CNN의 출구조사에서 인플레이션을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은 유권자들은 10명당 7명꼴로 공화당에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통계자료는 인과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사람들이 공화당에 투표한 것인가 아니면 이미 공화당에 투표하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을 그들의 핵심 이슈라 말하는 것인가? 아마도 둘 모두가 혼재되어있을 것이다.
NBC 뉴스는 “어느 당이 인플레이션을 더 잘 처리할 것으로 믿느냐”로 질문을 조금 달리했다. 공화당이라는 답변이 우세했지만 52%대 44%로 예상만큼 차이가 크지 않았다.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유권자들은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백악관을 장악한 집권당에게 책임을 묻는 경향을 보였다.
아마도 정치 분석가들은 유권자들을 너무 낮게 평가한 듯하다. 물가상승이 미국인들의 걱정을 상당부분 키우긴 했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공화당의 알맹이 없는 수사를 꿰뚫어보았고, 그들에게 인플레이션 대응책이 없다는 사실도 알아챘다.
여기서 마지막 질문으로 돌아가자. 바이드노믹스의 정치적 결과가 무엇인가?
전통적인 견해는 바이든 행정부 초기의 대규모 지출이 광범위한 대중의 반발로 연결되기 때문에 정치적 재앙이라는 것이었다. 미국 구조계획이 신속한 고용성장을 촉진하는데 기여했음에도 민주당은 전혀 공로를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선거 결과로 볼 때, 고용 성장은 평론가들이 얘기하는 것보다 민주당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2021년의 방대한 지출이 물가상승에 한 몫 한 게 사실이지만 최근의 인플레이션,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휘발유와 식품가격의 상당 부분은 그 어떤 대통령도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에 기인한 것이다.
이렇게 말해보자. 미국 구조계획이 없었고, 인플레이션이 8%가 아닌 6%였으나 개스와 식품가격이 치솟았다면 민주당의 정치적 입지가 강화됐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게다가 경기부양책에 따라 새로 생긴 일자리가 지금보다 적었다면 선거 결과는 민주당에게 더 불리하게 나왔을 수 있다.
올해 중간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경제 이외의 쟁점들에 관심을 보이는 것과 동시에 바이드노믹스에 대한 초반의 부정적인 평가가 지나치게 성급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의 경제는 그리 나쁘지 않았고, 따라서 그의 소속 정당을 침몰시키지도 않았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현재 뉴욕 시립대 교수로 재직중이며 미국내 최고의 거시경제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예일대학을 졸업하고 MIT에서 3년 만에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타임스 경제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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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