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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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의 낮달 

2022-11-21 (월) 이중길 / 포토맥 문학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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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서쪽 하늘에 떠 있습니다
낮이 되면 하늘은 거꾸로 올라가지요
하얀 구름 속에서 세상을 쳐다볼 때
지난 밤에 사라진 아이들이
하늘로 날아 갑니다
검은 구름 속에 얼굴이 묻혀 어두운 길을
헤매야 했던 아이들
서로 부딪치고 사라진 별들처럼
하늘로 날아 갑니다
좁은 길에 쓰러져 있던 수 많은
주검이 사슴처럼, 토끼처럼
가면을 쓰고 하늘을 달리고 있습니다
호루라기, 빨간 응급차들의 신호소리에
신음 소리는 땅에 묻혀 버렸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환각의 세상
짐승들이 밀어 부치는 힘이 두려워요
귓속에 망설이는 콧노래와 함께
세상을 흔드는 무질서의 힘에 무너져
안개처럼 흩어져 사라져 간 목숨
누구를 탓할 것인가요
세상 흔들리는 것이 나의 잘못인가요
구름 속에서 죄송한 마음으로
아침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 있지만 보이지 않을 뿐
사슴처럼 토끼처럼 함께 울고 있는
이태원의 낮달이 보이는가요

<이중길 / 포토맥 문학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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