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가까운 친구가 뜬금없이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란다. 경험이 없어 망설이고 있는데,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고 잘 돌볼 자신이 있는지 고민중이라 한다. 비용도 당연히 고려대상이지만 어차피 불가피한 지출이기 때문에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라고 못을 박는다.
며칠 전 참으로 어이없고 황당한 기사가 헤드라인에 올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양산 사저로 데려간 풍산개 세 마리를 정부에 반납하겠다는 내용이다.
그 이유가 본인은 입양한 것이 아니라 위탁관리한 것 뿐이며, 정부에서 매월 사료값과 의료비 및 관리비로 지원하기로 했던 250만원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 한다. 결국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사육사 임을 자처한 우스운 꼴이 되었다.
그리고 선언한 다음날 바로 그 중 두 마리를 사저에서 내 보냈다 하니 냉정함을 넘어 서늘한 한기 마저 느껴졌다. 돌려 보내기로 했던 다른 한 마리는 국가기록물이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떠안게 된 모양새가 되었다.
나아가 애시당초 지원예산안에는 세 마리를 포함하여 편성하였다 하니,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체면이 구겨진 형국이 되었다.
풍산개 세 마리는 그와 아주 각별한 인연과 추억이 있다. ‘곰이’와 ‘송강이’는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선물받은 것인데, BBC와의 인터뷰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의 상징으로 내세웠고, 또한 이들의 근황을 SNS에 자주 올리며 자신을 암컷인 ‘곰이’의 아빠로 소개하기도 했다.
‘다운이’는 ‘곰이’와 그의 본래 소유견인 ‘마루’의 새끼로서, 이름도 공모하고 직접 우유를 먹이는 사진을 공개하는 등 지극한 애정을 보였다. 당시에는 물론 진심이었겠지만, 허망한 결론 앞에 무엇이 진실인지 다소 혼란스럽다.
국가원수가 받은 선물은 국가에 귀속되며 대통령기록관으로 넘어 가는데, 동식물은 예외를 인정하여 대개 타기관에 분양하여 관리한다. 이번 풍산개의 경우는 문 전대통령이 4년 동안 정을 쏟은 반려견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위탁받아 계속 키우기로 했는데, 비용지원을 하기 위한 법령 개정과정에서 세 마리에 대한 양육비 과다 논란 및 부처간의 이견으로 협의가 길어지고 처리가 지연되는 와중에 풍산개 세 마리를 “도로 데려가라”는 의사를 정부에 전달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서로 선한 뜻을 가지고 진행되었다. 정부는 관리비 200만원이 포함된 250만원의 예산을 주면서까지 전직 대통령에게 위탁을 하기 보다는 다른 기관에 이관하여 관리시키는 것이 향후 국민의 비난을 피하는 길임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풍산개를 가족처럼 여기며 잘 키워 보려는 그의 마음을 읽었기에 정부 출범후 한 달여 만에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면서 방법을 찾아보려 했다.
문 전대통령도 그런 정부를 믿고 사비를 들여 사랑으로 양육하며 6개월여를 묵묵히 기다렸다. 그러나 종국에는 항상 그렇듯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파국을 맞았다. 차제에 국가기록물 관리에 대한 법규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어쩌다 한 나라의 정부와 한 나라를 이끌었던 지도자가 다른 국가 중대사도 아니고 기르던 개의 처리 문제를 두고 이 지경까지 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 개인과 법인도 입양 및 파양을 할 때나 위탁관리를 계약하고 해지할 때 이렇듯 감정소모를 하지는 않을진대, 지켜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하다. 개를 잘못 기르면 그 개에게 물리게 되고, 함부로 개를 맡으면 개보다 못한 처지로 몰리게 된다는 것을 일깨워 준 해프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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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김/전 재미부동산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