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크라이나의 겨울

2022-11-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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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입동(立冬)이 지났다.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것이다. 그래서인가 아직도 여름 꿈에 젖어 있지만 날씨는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하다.

새삼 달력을 들여다본다. 얼마 있으면 소설(小雪-11월 22일), 대설(大雪-12월7일)에 동지(冬至-12월 22일)다. 본격적 겨울과 함께 올해도 다 가는 거다.

해마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겨울이다. 그런데 그 겨울이 그 어느 때보다 빨리 오기를 애타게 기다려온 사람이 있다, 러시아의 푸틴이다.


도무지 계획대로 되는 것이 없다. 길어야 3~4주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기까지. 그러나 졸전에 졸전을 거듭. 러시아군은 전 세계인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다.

우크라이나 침공 8개월이 지난 현재 러시아군은 전 전선에서 패퇴를 거듭, 10만이 훨씬 넘는 사상자를 냈다.

그 러시아군이 그런데 그렇다. 전선에서는 우크라이나 군에 밀려 도망치기에 바쁘다. 그러면서도 민간인, 민간시설에 대한 공격은 멈추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부대가 아닌, 민간공장을 타깃으로 미사일이 날아든다. 연료, 곡물저장소도 공격목표다. 철로교차지역, 쇼핑 몰 같은 상업중심지에도 미사일공격을 해댄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사일 재고가 달리자 러시아는 값싼 이란제 카미카제 드론을 구입, 민간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10월 들어 특히 집요할 정도로 드론 공격이 집중 퍼부어진 곳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시설이다. 무차별적인 공격을 통한 수도, 전기 공급망 파괴에 나서 그 피해는 1,27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왜 에너지 인프라 시설에 이처럼 집중적 공격을 퍼부어온 것인가. 그 이유를 한 러시아 정치인은 3주전 TV연설을 통해 밝혔다. 수도, 전기 공급망을 파괴해 우크라이나인들을 어둠 속에서 기아와 추위에 떨게 하라고 역설했던 것.


그러니까 겨울 추위도 무기로 사용하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전술을 제의한 것으로 이는 푸틴이 바라고 또 바라던 전술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는 이제 본격 겨울철을 맞았다. 그러나 겨울추위를 이용하려는 푸틴의 하이브리드 전술은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전망이다.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는 난방, 수돗물과 전력 공급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한 타격을 입었나. 뉴스위크지 보도에 따르면 그 답은 ‘그렇다’다. 그렇다면 소기의 목적대로 추위와 기아로 우크라이나측이 손을 들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뉴스위크에 따르면 ‘아니다’가 그 답이다.

하늘도 푸틴을 외면한 것인지 올 겨울 유럽은 예년에 비해 온난한 날씨가 될 것이란 게 기상대의 예보다. 우크라이나의 겨울철이면 찾아드는 화씨 영하 20도 이하의 무지막지한 한파가 올 겨울에는 없을 것 같다는 것이 각급 기상대 예보인 것이다.

1월이나 2월 한 때 예년 수준의 한파가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반짝 추위로 그칠 것이라는 기상대의 설명이다.

비록 예년보다 온난한 일기가 예보되고 있지만 전기도, 온수 공급도 끊긴 상태에서 민간인들의 겨울나기는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3겹, 4겹으로 옷을 껴입고 추위와 싸우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겨울옷 보내기 운동을 펼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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