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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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 효과

2022-11-07 (월) 이규성/수필가,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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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왕이자 조각가인 피그말리온은 여성을 혐오하여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는데 무슨 연유에서 인지 나름대로 완벽하고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한 후 ‘갈라테이아 (Galatea)’라는 이름을 붙이고는 조각상에 불과한 작품인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어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대하면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갈라테이아를 아내로 맞이하게 해 달라고 지극정성으로 기도했다. 결국 이에 감동한 미의 여신은 조각상인 갈라테이아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피그말리온의 아내가 되게 해 주었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후에 사람들은 무엇인가에 대한 기대나 믿음 또는 예측이 실제로 일어나는 경향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했고 오늘날 심리학에서 즐겨 쓰는 용어가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하버드 대학교 로젠탈(Robert Rosenthal) 교수와 초등학교 교장이었던 레이노어 제이콥슨( Lenore Jacobson)은 1964년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피그말리온 효과 검증을 위한 실험을 통해서 이를 확인하는 연구를 실시하기도 했다.
먼저 연구에 참여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실시한 후, 담임 교사에게 성적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찾기 위한 연구라고만 설명하고 지능 지수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20%의 학생을 선발해서 학생들의 이름을 학급 담임에게 알려주면서 “지적인 면에서 발전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이어서 수개월 내에 성적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 후 학급담임 교사는 연구 대상 학생들의 성적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했고, 연구 기간인 8개월이 지난 후에 연구 결과를 확인해 보았더니 이들의 학업 성적이 이전보다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담임교사의 기대와 학생들이 담임교사의 기대를 의식하고 있었던 점 등이 성적향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연구 결과를 해석하였다.

로젠탈 교수의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누구나 타인에게서 인정과 칭찬을 받을 때 자부심을 느끼며 이 자부심이 자신을 인정해 주고 칭찬해 준 사람들의 기대에 걸맞은 행동을 할 것이라는 기대와 예측할 수 있다는 점과 교사나 부모로부터 기대와 인정을 받으며 성장하는 과정은 자랑스럽기도 하고 자기 행동으로 인해 누군가를 기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가지고 타인의 기대와 주목을 받을 수 있는 행동 을 계속하게 된다는 점 등이다.


로젠탈 교수의 연구 결과가 우리에게 주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시사점은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갖고 있던 청소년 지도에 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나 학교는 물론 가정에서 갖고 있었던 고정관념은 ‘청소년 지도’라는 표현 속에 들어있다. 지도(指導)라는 말은 사전적으로 ‘어떤 목적이나 방향으로 가르치어 이끌어 감’이라고 정의하고 있어 언뜻 보기에는 긍정적 의미 보다는 부정적 의미가 더 강한 것 같아 ‘칭찬이나 긍정적 기대’와는 거리가 먼 어른 중심의 ‘구시대적 사고’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우리가 꿈나무인 청소년들을 ‘가르치어 이끌어 감’이 아니라 이들이 스스로 바르고 곧게 자라날 수 있도록 바람직한 행동이나 태도 등을 칭찬하며 긍정적인 기대를 하는 사회 분위기로 변화시켜 나간다면 사회, 학교, 가정에서도 긍정적인 분위기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사회의 건전한 일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돕는 길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교사의 칭찬이나 격려는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는 중요 한 요인이다. 특히 학급 내에서 자신감이 결여 되어 있는 학생이나 주의가 산만한 학생은 물론 학생으로서 바람 직한 태도와 가치관을 따르고 있는 학생들에게 교사가 긍정적인 말이나 행동으로 격려 해 준다면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큰 힘이 되어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는 이 나라의 큰 일꾼으로 자랄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이규성/수필가,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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