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 집권 2기였던 2014년 민주당은 중간선거에서 참패했다. 공화당이 연방, 주/지방선거들을 휩쓸었다. 특히 상원의석을 무려 9석이나 추가하면서 공화당은 상하 양원 다수당이 되었다. 하원은 공화당, 상원은 민주당이 지배하던 구도는 깨어지고 공화당이 연방의회를 장악하게 되었다.
오바마 행정부가 뭘 얼마나 못 했기에 아니면 공화당이 뭘 얼마나 잘 했기에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문제는 경제야”라고 하기에는 당시 경제사정이 나쁘지 않았다. 다우존스, S&P 등 주가지수들은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었고 실업률 통계수치도 개선되었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좋지 않았던 것이 문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선거심리 연구진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공화당 승리의 비결은 따로 있었다. 바로 에볼라 바이러스였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 연구팀이 2016년 심리학 저널에 게재한 연구결과이다. 에볼라 감염 불안이 공화당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 투표율을 크게 높이면서 공화당 대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2014년 서 아프리카에서 유행하던 에볼라 케이스가 미국에서 처음 보고된 건 9월 30일이었다. 라이베리아에서 온 남성이 감염자로 확인되고 텍사스, 달라스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1주일 후 사망했다. 그 과정에서 간호사 두 명이 2차 감염되고, 뉴욕에서도 감염자가 나왔다. 국경없는 의사회 소속으로 서 아프리카를 방문했던 30대 남성이었다.
미디어의 요란스런 보도로 에볼라 공포감은 확산되고, 공화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서아프리카 발 항공기 운항중단, 국경봉쇄 등을 주장하며 오바마의 이민정책과 위기 대응능력을 집중 공격했다. 중간선거를 3주 앞두고 에볼라가 느닷없이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다. 공화당 후보들은 시민들의 불안감을 부채질했고, 이는 공화당 유권자들의 투표열기로 이어졌다. 중간선거인 만큼 민주당 유권자들은 투표에 미적지근했던 반면, 공화당측은 대거 투표소로 향했으니 공화당의 압승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에볼라를 정치쟁점화한 전략이 먹혀들었다.
유권자로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 후의 일들이다. 첫째 에볼라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미국에서 에볼라 케이스는 총 11건, 그해 연말로 에볼라는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둘째, 한번 던진 표의 생명은 길다. 지난여름 연방대법이 50년 낙태권리를 뒤집은 이정표적 사건의 도화선은 바로 그해 공화당 유권자들의 열성적 투표였다.
2016년 2월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이 사망하자 오바마는 메릭 갈랜드(현 법무장관)를 후임으로 지명했다. 하지만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갈랜드 인준절차를 무려 293일이나 거부하면서 대법관 자리를 비워 두었다. 그 결과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 구성한 보수대법원, 6대 3으로 로우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지금의 연방대법이다.
중간선거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무엇을 기준으로 투표할 것인가. 지금 서민들의 피부에 가장 와 닿는 이슈는 경제다. 치솟는 생활비, 볼 때마다 가슴 철렁해지는 주유소 가격 표지판, 고공행진 중인 이자율 … 어떻게 집세 내고 가족들 먹일지 애가 타는 시민들이 부지기수다. 집권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 치솟고 공화당이 하면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기는 게 사실이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제를 경제만의 문제로 본다면 너무 근시안적이다. 경제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 국내외 사정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만들어진다.
투표에 앞서 기본적으로 세 가지를 고려했으면 한다. 첫째는 미국의 민주주의. 1월6일 의사당난입사건을 비롯, 미국의 민주주의는 지금 안녕하지 않다. 선거결과를 부정하고, 폭력으로 반대의사를 펼치는 이상한 풍토가 생겼다. 이번 선거에서도 중요한 것은 연방 상하원을 어느 당이 지배하느냐이다. 트럼프를 둘러싼 온갖 의혹들, 소송들 그리고 1.6 특별조사 결과들이 유야무야 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미국의 리더십. 공화당 의원들 중 상당수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못마땅해 한다. 트럼프가 푸틴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우호적이었던 사실을 기억하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미국이 NATO와 협력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을 계속하는 것이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위상을 확고히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셋째, 소수계로서 한인 정치력 신장. 연방의회, 주/지방 선거들에 출마해 열심히 뛰고 있는 한인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하겠다.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이 다르다 해도 우선은 한인 정치인들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연방하원 45지구에 출마한 공화당의 미셸 박 스틸 후보가 대만계인 민주당의 제이 첸 후보와 초 접전 중이다. 민주당 우세지역인 만큼 한인들의 표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 외 범죄, 낙태권, 기후변화 등 중대사안들이 선거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 표의 무게와 생명력은 막중하다. 유권자들은 미국의 미래를 손안에 쥐고 있다. 우리의 미래와 자녀들의 삶이 우리가 던지는 표에 달려있다. 반드시 그리고 신중하게 투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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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