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 ‘A E I O U:어 퀵 알파벳 오브 러브’ 감독 니콜렛 크레비츠
‘A E I O U:어 퀵 알파벳 오브 러브’ 감독 니콜렛 크레비츠
‘메이 디셈버 로맨스’는 나이 차가 현격한 남녀 간의 사랑을 일컫는 말로 보통 나이가 많은 남자와 젊은 여자가 이 사랑의 주인공이다. 그런데 독일과 프랑스 합작 영화로‘메이 디셈버 로맨스’를 다룬‘A E I O U:어 퀵 알파벳 오브 러브’(A E I O U: A Quick Alphabet of Love)는 50대의 여인과 이제 막 소년티를 벗어난 청년 간의 사랑의 이야기다. 무대는 베를린. 중년 여인은 인기가 식어 들어가는 배우 안나이고 젊은이는 말을 더듬는 불량 청년 아드리안. 안나가 아드리안의 말 더듬는 것을 고쳐주는 과정에서 모두 외로운 두 사람 간에 서서히 로맨스가 영글다가 급기야 뜨거운 정열의 불길에 휩싸인다. 영화를 감독하고 각본을 쓴 여류 니콜렛 크레비츠(Nicolette Krebitz·50)를 영상 인터뷰 했다. 베를린의 자택에서 인터뷰에 응한 크레비츠는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는데 질문에 침착하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영화 어 퀵 알파벳 오브 러브’(A E I O U: A Quick Alphabet of Love)의 한장면.
-사람들은 보통 나이 차가 크게 나는 두 사람 간의 사랑을 보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하고 의아해 하기 마련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불가능한 사랑의 이야기는 말 할 만 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사랑의 두 주인공이 온갖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관해 많은 것을 이야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이 차가 별로 안 나고 또 생각하는 것이 비슷한 두 사람이 만나 세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가 있다. 특히 영화에서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두 사람이 만나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를 극복하는 이야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메이 디셈버 로맨스’에 관해 자신들이 지닌 통념을 재고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 때문에 나는 늘 불가능한 사랑의 얘기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영화의 두 주인공 간의 나이에 어느 정도 차이를 두려고 시도했는지.
“여자는 더 이상 임신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하는 나이가 돼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래서 55세 이상의 여자라고 결정했는데 안나 역을 캐스팅 할 때 55세보다 더 나이가 많은 70에서 74세 까지 고려했었다. 왕년의 빅 스타인 센타 버거를 생각하기도 했다. 남자는 베를린이 성인으로 인정하는 나이인 18세의 젊은이로 한 번도 사랑을 해보지 못한 사람이어야 했다. 여하튼 여러 가지로 나이 차를 생각했었다.”
-당신의 이력서를 보면 발레댄서에 모델 그리고 가수와 배우이자 감독이요 각본가로 경력이 다양한데 그 중 어느 것을 가장 좋아하며 왜 자신을 코코(Coco)라고 부르는가.
“온라인에 써진 대로 다 믿지 말라. 난 먼저 배우로 출발해 30세에 감독으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두 가지가 내 주업이다. 가끔 배우들은 모델 노릇도 하는데 나도 한 회사의 초청으로 밴드 뉴 오더의 재킷 카버 모델을 한 적이 있다. 그 것이 나의 유일한 모델 노릇이었다. 또 많은 배우들이 노래도 한 번쯤 부르듯이 나도 노래를 불렀는데 그렇다고 내가 가수처럼 노래를 부른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는 자신을 코코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 것은 내 여동생이 내게 부쳐준 별명으로 내가 동화의 주인공인 피피 롱스타킹에 나오는 앵무새 코코처럼 자기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한다고 나를 그렇게 부른다. 코코 샤넬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
-이 매우 색 다른 영화의 내용을 어떻게 착상 했는가.
“아까도 말했듯이 불가능한 사랑은 늘 내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 영화에서 내가 알고 또 경험한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 나는 여러 영화들에서 본 여자들보다 훨씬 더 복잡한 생각과 마음을 가진 50-60대의 여자들을 많이 알고 있다. 나는 그들을 아름답게 창조하고 싶었다. 그들에게 외형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긍정적 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나이 먹어 손자들 점심이나 싸주고 남자에게 ‘조심하고 집에 무사히 돌아오세요’라고 말하는 여자들이 아닌 긍정적 삶을 사는 여자들을 창조하기를 원했다. 내가 알고 또 경탄하는 여자들의 그 무엇인가를 관찰하고 아울러 영화 세상 안에서 보다 다양한 세상을 창조하고픈 것이 내 욕망이다.”
-당신의 영화는 역시 나이 먹은 여자와 젊은 남자의 관계를 다룬 것으로 더스틴 호프만과 앤 밴크로프트가 나온 ‘졸업’을 연상케 하는데 그 영화로부터 어떤 영향이라도 받았는지.
“난 ‘졸업’을 대단히 좋아한다. 그리고 역시 나이 먹은 여자와 소년의 사랑을 다룬 ‘해롤드와 모드’도 사랑한다. 이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한 영화들은 많지만 그 영화들과 내 영화의 큰 차이점은 내 영화는 결말에 여주인공이 긍정적이며 행복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이 점이 내겐 매우 중요했는데 왜냐하면 난 여자가 욕망을 지녔다고 해서 처벌 받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내 것과 다른 영화들은 결코 좋은 결말을 맺지 못할 것이라는 통념 때문에 영화의 두 주인공을 헤어지게 만드는데 난 그런 영화들을 보면서 ‘왜 좋은 결말을 맺지 못한단 말이야’라고 생각하곤 했다.“
-요즘처럼 젊음에 집착하는 세상에서 나이 먹는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자가 아이 낳는 생물학적 임무를 마치면 자신에게 돌아와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타인을 관찰하면서 서로 어떻게 도울지를 생각하게 된다. 아이낳는 일을 뒤로 하는 나이가 되면 새 삶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90살에서 100살까지 사니 난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은 셈이다. 그리고 전 세계의 인구의 절반이 여자들이고 그 중 4분의 1은 45세 이상이다. 영화 주인공들 중 4분의 1이 여자라고 생각해보라. 수 없이 많은 다른 얘기가 있을 것이며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수 없이 많은 과감한 얘기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하고 원했지만 결코 할 수 없었던 것들을 과감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우습고 따스하고 또 때론 위험한 여자들을 관찰하는 것을 사랑한다. 그들은 분쟁을 평화로 맺기도 하지만 전쟁을 도발하기도 한다. 그들은 그 무엇이나 될 수가 있다.”
-50대와 60대의 여자들이 성적인 욕망에 대해 얘기하는 일이란 쉬운 것이 아닌데 당신은 영화에서 그 것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했는가.
“내 영화에서 그 것은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솔직히 말해 더 이상 어머니가 될 수 없는 여자들에겐 흔히 섹스가 거절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에서도 그 나이 또래의 여자들이 성적 욕망을 표현하는 것을 보기 드물다. 그런 것은 언제나 하나의 금기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내 영화는 섹스 그 자체보다 욕망에 관한 것으로 그 것은 여자의 것만이 아니라 가정을 이루긴 원치 않으나 자신을 찾기를 원하는 젊은 남자의 것이기도 하다. 내 영화의 두 남녀는 다른 영화들의 상투적인 남녀가 아니다. 나이 먹은 여자가 젊은 남자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우리에게도 그 젊은 남자를 새롭게 보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여자의 눈을 통해 남자가 자신이 원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성찰하게 되는 모습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여자가 남자를 들어 올려 자기 자신의 사람이 되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이로 인해 두 남녀는 모두 변화하게 된다.”
-영화에 오케스트라 음악 대신 팝송을 많이 사용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처음에는 50년대와 60년대에 나온 많은 로맨틱한 영화들의 음악을 생각하면서 재즈와 소울 음악을 사용할 것을 고려했었다. 그러나 편집과정에서 영화의 경쾌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팝송을 사용하자고 결정했다. 그 것이 영화의 사뿐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잘 살려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음악을 들으면서 관객들이 끝에 가서 두 주인공의 사랑이 결합되도록 응원해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에게 있어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레나드 코엔도 노래했듯이 아름다움이란 깨어진 틈새로 들어오는 빛이다. 이처럼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결점 때문이며 언제나 당신이 그 사람 안에서 보게 되는 작은 균열 때문이다. 그 것이 내겐 아름다움이며 사랑이라는 것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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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