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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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살만 하다 가르치고 싶은 세상

2022-11-03 (목) 한연성 / 통합 한국학교 VA 캠퍼스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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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대한 생각이 쌀쌀해지는 날씨만큼이나 가까이 다가온 요즘.
몇 년 전 이유 없이 허리가 아파서 모든 일을 접고 휴식에 들어갔던 시간이 있었다.
아파서 화장실도 혼자 못 가는 고통의 시간을 느끼면서 정말 내 손으로 내 할 일을 하다가 하늘나라에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었다.
운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다시 허리병이 도져서 눕고 일어서는 것이 불편하여 의사를 찾았다.

모든 의사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직업(?)으로 환자를 돌보는 의사를 만나면 굳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불안정함과 불신이 늘 의사의 말을 귓전으로 듣게 된다. 처방전을 받고 사무적인 대화를 하곤 진료를 마치는 것이 거의 많은 의사들의 모습이다. 의사를 만난 후에 마음도 몸도 더 아픈 경우가 생긴 적도 있었다.
내 아이들이 의대를 선택하여 공부한다고 할 때도 다른 부모들과 달리 직업적인 생각으로 하는 의사는 차라리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고 가르쳤다. 아픈 사람을 대하는 사랑이 없는 의사라면 로봇이 휠씬 실력이 낫지 않을까?

허리가 아파 걸음걸이가 불편한 모습으로 오피스에서 의사 선생님과 나의 상태를 이야기하는데 보여지는 모습보다 더 많은 부분에서 이런 의사가 주위에 있다는 생각에 살짝 감동을 받았다.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자기의 것을 나누는 사람이라는 진실함이 전달되었다고나 할까?


미국에 살면서 의료보험이 없어서 아파도 의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기의 자산을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 무상으로 자기 진료원의 일부를 사회 단체에 제공- 과 이미 가족이 건강하고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며 이제는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그 분의 얼굴을 보면서 각박하고 살기 어렵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살만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압사 참사로 정말 안타까움에 슬퍼하는 중에 이태원 상점 모두가 애도하는 마음으로 영업하지 않는 중에 유독 한 곳이 문을 열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수군수군. 알고보니 밤낮을 가리지 않는 소방관과 경찰관들의 수고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빵을 굽고 커피를 제공하는 곳을 보게 되었다.
이런 분들이 많이 계셔서 우리가 조금은 부족해도 그 부족으로 서로 문제가 되지 않는 이웃들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요즘 좋지 않은 뉴스들을 접하고 몸이 아프니 별별 생각이 다 들다가 갑자기 박하사탕을 먹은 듯한 기분을 느꼈다.

뉴스는 늘 특별하고 특이한 사건을 보도하다 보니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실제보다 더 많이 건조하게 세상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몸 속 모세혈관에 피가 돌면서 건강한 상태가 되듯 곳곳에서 자기의 영역을 나누고 봉사하는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서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따뜻한 울타리가 된다는 것을 교육의 현장에서 반드시 가르치고 싶다.

<한연성 / 통합 한국학교 VA 캠퍼스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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