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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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배우는 ‘버리고 떠나기’

2022-10-30 (일) 박혜자 포토맥 문학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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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풍경이 아름다운 10월의 막바지에 무심히 창밖을 내다보니 옆집에 심어진 단풍나무 잎새들이 새빨갛게 물들어 가을바람에 살랑이며 가을을 노래한다.

언제 심었기에 저토록 하늘 높이 솟았는지 지금 이 나이에도 설레일까? 시계바늘을 되돌려 옛날 청춘 시절로 돌아가 결혼하기 전 데이트를 할 때의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언덕을 거닐다 가을바람에 춤추는 갈대밭을 지날 때, 갈대가 좋아 한 아름 안고 싶다 하니 그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가 갈대를 꺾어 나에게 듬뿍 안겨주던 그 때 그 순간이 아직도 그리워진다.

모든 나무들이 자기의 색깔을 나타내며 갈 길을 부지런히 준비하는 것을 보며, 나의 인생은 어디쯤 왔을까 되돌아본다. 길가의 풀 한포기, 꽃 한송이, 나뭇잎도 계절이 바뀌면 자기의 갈 길을 알고 마지막을 준비한다. 이런 것을 보면 대자연의 위대함이 느껴진다.


계절이 바뀌는 요즘의 자연을 보며 느끼는 것은 평생 이것저것 모으며 살았지만 지금은 하나씩 버리며 홀가분하게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다는 것이다. 나무는 떠날 준비를 하느라 자기가 안고 있던 모든 잎들을 다 떨어뜨리고, 갈 길을 위해 준비하는데 우리 인간은 무엇이 그리도 아까워서 모든 것을 끌어안고 사는 것인가.

대자연의 순환을 보면서 버리는 지혜를 배워야겠다. 우리 집 뒷마당에 우거진 대나무 숲을 보면 일 년 내내 변함없이 푸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꼿꼿이 당당하다.
대나무처럼 곧게 살아가는 정신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어려움이 닥쳐도 대나무처럼 좀 휘어졌다가도 다시 힘을 얻어 곧바로 일어서는 용기를 베워야겠다. 이렇듯 자연은 말없이 우리 인간에게 삶의 지혜를 가르친다.

<박혜자 포토맥 문학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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