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선거는 원래 집권당에 불리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더군다나 올해 미국인들은 40년래 최악의 인플레로 고통받고 있다. 바이든은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코로나 봉쇄 해재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데도 경제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1조 9,000억 달러의 경기 부양안을 집행해 인플레에 기름을 부었다. 그러면서 지구 온난화를 막겠다며 신규 석유 시추를 금지하고 석유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기름 값 폭등은 그 필연적 결과다.
거기다 범죄율은 급증하고 있다. 미 주요 대도시의 살인율은 3년 전에 비해 50%가, 폭행은 36%가 늘었다. 이는 민주당 진보파가 주장해온 ‘경찰 예산 삭감’(defund the police)과 범죄의 원인을 범죄자가 아니라 사회적 요인에서 찾는 처벌 경시 정책의 열매다.
민주당은 이 불리한 판세를 낙태권 보호와 트럼프에 대한 공격으로 뒤집으려 했다. 연방 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한 ‘로우 대 웨이드’ 판결을 깨고 이는 선거로 뽑은 국민 대표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판시하자 민주당은 낙태권 사수를 캠페인 구호로 내걸었고 한동안은 먹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그 약발을 떨어지고 있다. 미국민 대다수는 낙태의 전면 금지도 원하지 않지만 태어나기 직전 태아까지 무제한적인 낙태를 허용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민주당 일각의 무조건 전면 낙태 허용을 주장하는 세력은 선거를 좌우할 중도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
거기다 낙태는 일부 국민이 일생에 한번 할까말까 하는 일이지만 나날이 오르는 개스와 식료품 값은 모든 국민에 영향을 미친다. 범죄와 치안도 마찬가지다. 어느 쪽이 더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는 불문가지다.
2020년 대선이 부정 선거라는 근거없는 트럼프의 주장을 되풀이 하는 후보들이 대거 공화당 후보로 나오자 민주당은 이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작전을 짰지만 접근 방법이 근본적으로 잘못 됐다. 이들이 본선에 나와야 유권자들을 겁줘 민주당 후보를 찍게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예선에서 트럼프의 지지를 받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후보들을 지원한 것이다.
그 결과 공화당 지도부의 지원을 받는 온건파는 대거 탈락하고 MAGA 후보들이 거의 당선됐다. 이 통에 가장 억울한 피해를 본 사람의 하나가 미시건 출신 연방 하원 의원 피터 메이어다. 공화당 하원의원으로 트럼프 탄핵에 찬성한 10명 중 한 명인 그는 공화당 예선에서 트럼프와 민주당의 십자포화를 받고 탈락했다.
그는 공화당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힌 것은 그렇다 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 자신에게 민주당이 이럴 수 있느냐며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현역의원인 그보다 트럼프 똘마니로 ‘민주당은 악마 숭배자’라고 주장하는 등 정신 상태가 온전치 못한 존 깁스가 공화당 후보가 되는 것이 이기기 쉽다는 판단하에 50만 달러를 들여 그를 민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 깁스와 비슷한 댄 콕스가 메릴랜드 공화당 주지사 후보로, 더그 마스트리아노가 펜실베니아 공화당 주지사 후보로 뽑혔다. 민주당은 “마이크 펜스는 반역자”라고 주장한 콕스를 당선시키기 위해 100만 달러를 썼다.
애리조나 공화당 주지사 후보가 된 케리 레이크, 같은 주 연방 상원의원 후보가 된 블레이크 매스터스, 뉴햄프셔 연방 상원의원 후보가 된 돈 볼덕 모두 이런 식으로 당선됐다. 민주당이 MAGA 후보 당선을 위해 쓴 돈은 4,000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중간 선거를 2주 남겨둔 지금 선거의 흐름은 민주당이 의도하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 조사에 따르면 투표할 가능성이 큰 유권자들 가운데 49%가 공화당을 지지한 반면 민주당은 45%에 그쳤다. 이는 지난 9월 민주당이 1% 앞서가던 판세가 뒤집힌 것이다. 경제가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중도층 여성 표심이 돌아선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 7월 경제가 최대 이슈라고 응답한 유권자는 36%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44%로 치솟았고 이에 따라 지난 9월까지만도 민주당을 14% 더 지지하던 중도 여성들이 이제는 공화당을 18% 더 지지하게 된 것이다. 만약 이 추세가 2주간 계속돼 공화당이 압승한다면 민주당은 미국 민주주의를 위협할 MAGA 후보들을 권좌에 앉히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 된다.
제2차 대전 직전 영국 네빌 체임벌린 수상이 전쟁을 막겠다며 히틀러에게 체코를 넘겨주는 뮌헨 협정에 서명하자 처칠은 “당신은 전쟁과 불명예 중 하나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지자 불명예를 택했다. 그러나 결국 전쟁도 치르게 될 것”이란 명언을 남겼다. 패배와 꼼수 가운데 꼼수를 선택한 민주당이 패배까지 맛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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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