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명 LA 시의원들의 동료 시의원 비방과 인종차별 발언, 정치적 이득을 위한 선거구 조정 관여 정황 등이 담긴 녹음 파일이 공개돼 파장이 크다. 이 ‘비밀 전략 회의’ 녹음 파일에 등장하는 누리 마티네스 당시 시의장은 사임했고, 케빈 데 리온 시의원과 길 세디요 시의원 역시 강한 사임 요구에 직면해 있다. 또한 함께 있던 LA 카운티 노조연합의 론 헤레라 위원장 역시 사임했다.
데 리온과 세디요 시의원에 대한 정치인, 기관, 유권자 그룹 등의 사임 요구가 이어지고 있어 모두 사임해야 이 난리가 일단락 될 것 같은 모양새다.
이번 녹취록에서 흑인, 유대인, 아르메니안에 대한 차별 발언이 나왔지만, 한인을 비하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크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사실 이번 사건은 한인사회와도 연관성이 크다.
녹음 파일은 지난해 LA 카운티 노조연합 건물에서 10월에 녹음된 것으로 문제 시의원들의 ‘비밀 전략 회의’의 주 논제는 선거구 조정이었다. 한인타운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한인타운을 어디에 어떻게 넣을 지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녹음 내용을 들어보면 한인타운이 지금의 10지구가 아닌 다른 지역구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고려됐던 4지구나 13지구에 들어갔다면 한인 및 아시안 시의원 선출 가능성 확대 등 한인사회에 더 이점이 있었을 것이다.
선거구 조정은 10년마다 이뤄지며 이를 위한 선거구 조정 위원회가 10년마다 구성된다. 원칙상 이들은 독립적으로 움직여야 하지만, 시의원들이 해당 위원들을 임명하기 때문에 시의원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 만연했었다. 그러던 중 녹음 파일을 통해 일부 시의원들이 실제로 정치적 이득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실제 정황이 포착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선거구 조정을 다시 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실제로 재조정이 이뤄지면 한인타운이 포함되는 지역구도 변경될 수 있다.
또한 녹음 파일엔 10지구를 포함해 시의회 내 흑인 시의원의 득세를 비난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향후 선거에서 흑인 후보 지지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더 많아지는 등 향후 선거에서 흑인 후보와 흑인 커뮤니티가 되레 힘을 얻게 됐으며, 이는 한인타운이 포함된 10지구에서 한인 시의원 또는 아시안 시의원 선출이 훨씬 어렵게 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선거구 재조정이 이뤄져 한인타운이 10지구가 아닌 4지구 또는 13지구에 포함된다면 한인 또는 아시안 시의원 선출 가능성이 현재보다 높아지며 위기가 기회로 바뀌는 시나리오도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힘을 받고 있는 시의원 및 선거구 수 확대안이 이뤄지는 것이 더 좋은 시나리오다. 한인사회에 상당한 호재가 될 수 있다. 선거구가 늘어나면 인구가 많은 한인타운 지역이 별도의 선거구로 분리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그렇게 되면 한인타운 지역 선거구에서 한인 시의원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이 외에도 일각에선 차기 시의장 선출, 사임 시의원들의 공석을 메우기 위한 보궐선거 등에서 친한파 정치인이 뽑힌다면 한인사회에 득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마티네스가 관할하던 6지구, 데 리온이 관할하는 14지구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질 수 있다. 세디요의 1지구에선 세디요가 사임해도 보궐선거가 치러지지 않는다. 홀수 지구 시의원 임기가 올해 말로 끝나는 가운데 1지구 현직인 세디요는 재선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세디요가 사임한다면 차기 시의원으로 당선된 유니세스 에르난데스가 조금 일찍 시의원 임기를 시작하게 될 뿐이다.
한편, 녹음 파일에선 한인타운이 언급되고 한인사회와도 관련된 이슈들이 화두에 오르지만 한인사회나 한인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진 않는다. 이에 대해 한 한인 전문가는 한인사회의 영향력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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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