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께서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중국의 한 감옥에서 풀려난 티베트 승려를 친견했을 때의 일이라고 한다. 그 동안 얼마나 고생이 심했느냐는 물음에 승려가 잔잔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고 한다. “하마터면 저들을 미워할 뻔했습니다 그려!” 그러곤 무릎 위에 올려놓은 승려의 두 손이 가만히 떨렸다.
‘친견’ 이시영
하마터면 의심할 뻔했습니다. 어찌 미워할 일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까. 영토와 주권을 빼앗기고 탈출한 백성이 어찌 통곡을 미소로 바꿀 수 있었단 말입니까. 정든 고향과 이웃을 잃고도 어찌 눈물의 습기를 분노의 화기로 바꾸지 않을 수 있었습니까. 국경 밖 남루한 임시정부를 세웠다가 가까스로 나라를 되찾은 이들도 있습니다. 감옥에서 풀려나셨다니 굴종하지 않고 맞서셨군요. 나라를 잃어도, 나라를 잃지 않아도 일상은 사랑과 미움으로 점철됩니다. 어찌하면 싸우되 미워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반칠환 [시인]
<이시영>